미국이 이란 군함을 타격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중동의 석유 및 가스 수출이 5일째 전면 중단됐다.
로이터통신은 4일 미국 잠수함이 스리랑카 인근 해상에서 이란 군함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선박 추적 플랫폼 마린트래픽의 데이터를 인용해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 앞바다에 유조선과 화물선 등 200척 이상이 발이 묶여 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다. 해협 북단에서는 몰타 선적 컨테이너선 사핀 프레스티지호가 발사체에 맞아 승무원들이 선박을 포기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물류 마비가 장기화하면서 중동 산유국들의 에너지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는 생산 시설 공격 이후 LNG 선적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소식통들은 카타르가 가스 액화 공정 가동을 전면 중단했으며 최소 한 달 동안 수출이 정상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는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자 석유 생산량을 줄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다른 걸프 국가들도 원유 선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핵심 수출 터미널인 라스 타누라 정유소도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에너지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중동발 수출 선박에 해군 호위와 보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은 전 세계로 향하는 에너지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유가는 무력 충돌이 시작된 이후 12%가량 상승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2분기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76달러(약 10만9440원)로 기존보다 10달러(약 1만4400원) 상향 조정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전망치도 71달러(약 10만2240원)로 9달러(약 1만2960원) 올렸다.
중동 원유 의존도가 60%에 달하는 아시아 국가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인도 정유사 망갈로르 리파이너리 앤드 페트로케미컬스(MRPL)와 페트로넷 LNG는 공급 차질을 이유로 불가항력을 통보했다. 일본과 인도네시아 정유사들은 부족한 물량을 미국산 원유로 대체하고 있으며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야코브 라르센 발틱국제해운협회(BIMCO) 최고안전보안책임자는 "이란의 위협을 받는 모든 유조선을 보호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매우 많은 수의 군함과 군사 자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