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통항이 중단되면서 아시아 석유화학 업계가 납사 공급 차질에 직면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시아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은 중동발 공급망 붕괴에 대비해 공장 가동 중단과 생산량 감축을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매달 약 400만톤의 중동산 납사를 수입하고 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석유화학 분야의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국은 아시아 최대의 중동산 납사 수입국으로 전체 물량의 54%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주요 수입사로는 롯데케미칼, GS칼텍스, LG화학, SK에너지 등이 있다.

한국 석유화학 업계는 향후 2주 안에 미국이나 남아시아 등 대체 지역에서 납사를 조달할지, 아니면 생산량을 줄일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석유화학사에 납사를 공급하는 한국 정유사들은 현재 약 한 달간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원유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4일 아시아 시장의 납사 정제 마진은 브렌트유 대비 톤당 약 24만9000원을 기록하며 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바수데브 발라고팔 마렉스(Marex) 석유화학 트레이딩 부문 글로벌 총괄은 "항로 변경과 보안 강화 등으로 물류가 타이트해지고 무역 흐름이 복잡해졌다"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일부 업체들은 향후 생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인도네시아의 찬드라 아스리(Chandra Asri)는 3일 모든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일본의 마루젠석유화학과 미쓰이화학은 4월 하반기 납사 수입 입찰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잉여 납사를 수출하는 인도 역시 전략비축유가 적어 중동 갈등 장기화에 따른 원유 공급 충격에 취약한 상태다.

대체 공급망 확보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 글로벌 무역회사 임원은 미국산 납사를 조달하려면 배송에 3주가 더 걸리고 막대한 비용이 추가된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의 트레이더들은 최악의 경우 일부 아시아 구매자들이 러시아산 납사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