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전기차, 풍력 터빈 등 핵심 기술 제품을 공공조달할 때 유럽산 비율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가속화법' 초안을 발표했다.

이 법안은 유럽의 엄격한 규제와 높은 에너지 가격을 적용받지 않는 해외 생산자로부터 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했다. 특히 전 세계 태양광 패널 부품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 등에서 녹색 기술 산업의 주도권을 지키려는 목적이 크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EU 경제 생산량의 14%에 달하는 2조유로 규모의 공공조달 자금력을 활용해 자국 산업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집행위 초안은 배터리,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 수소 생산, 원자력 발전소 등 전략 부문을 대상으로 설정했다. 기술별로 구체적인 요건도 마련했다.

태양광 패널의 경우 인버터와 셀 등 주요 부품을 3년 내에 유럽산으로 채워야 한다고 명시했다. 공공조달로 구매하는 전기차는 법안 발효 6개월 후부터 EU 내에서 조립돼야 하며,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의 70%를 유럽산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산'의 기준은 27개 EU 회원국과 단일 시장에 속한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규정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에 가입한 21개 비EU 국가나 EU와 무역협정을 맺은 국가에도 동등한 대우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국 기업을 우대하는 정책을 가진 국가는 제외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조건도 강화했다. 특정 전략 부문의 전 세계 제조 역량 40% 이상을 통제하는 국가 출신 투자자가 1억유로 이상의 투자를 진행할 경우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해당 투자자는 EU 기업의 지분 과반을 소유할 수 없으며 주로 유럽 노동자를 고용하고 지식재산권을 이전해야 한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법안이 최종 확정되려면 EU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협상 과정을 거쳐야 한다. 프랑스는 비EU 국가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요구하며 법안을 강력히 지지했다. 반면 스웨덴과 체코는 투자 위축과 가격 상승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 독일 역시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연합(CDU) 대표는 지난달 유럽 우대 규정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