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에 과거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CB 정책 입안자들은 최근 중동 갈등으로 촉발된 물가 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규정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에너지 충격 때보다 통화정책 개입 기준을 낮출 전망이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유가가 이번 주에만 20% 급등했다. 여기에 카타르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은 아시아 국가들과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한 익명의 ECB 정책 입안자는 로이터에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묘사하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야 한다"며 "ECB의 정책 전망은 이제 군 장성들의 손에 달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22년에 우리는 너무 소극적이었다"며 "다시 성장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논쟁에 직면한다면 분명히 더 빨리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ECB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물가 상승을 일시적이라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보다 늦은 그해 7월에야 금리를 인상했다. 이후 유로존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의 5배인 10%를 돌파하자 뒤늦게 기록적인 속도로 금리를 올려야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당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르데아(Nordea)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물가 상승 기대 심리가 고정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며 "ECB는 너무 늦게 반응하는 실수를 두 번 저지르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오는 19일 열리는 정책 회의에서 당장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올해 안에 금리를 인상할 확률을 20~30%로 반영하고 있다.

다만 섣부른 개입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유연성을 강조했고, 마르틴스 카작스 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는 전쟁의 영향이 불분명한 동안 관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