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들의 국채 보유량이 급증하면서 유로존 부채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규제 당국의 경고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유럽은행감독청(EBA)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유럽 은행들이 지난 1년간 국채 보유량을 14% 늘렸다고 보도했다. 부채가 많은 국가에 재정 문제가 발생해 국채 매도세가 촉발될 경우 은행권의 위험이 증폭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밀 리베라츠키 EBA 경제위험분석 책임자는 "유럽 정부들이 국방 및 기타 지출을 위해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은행들에게 채권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채권 수익률 상승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경제 둔화나 수익률 급등이 발생하면 은행 보유 자산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어진 유로존 부채 위기 당시의 '국가-은행 파멸의 고리'와 유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베라츠키 책임자는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비싸지고 유동성 완충 자산의 변동성 위험도 커졌다"며 "위험 회피 비용 역시 상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은행들은 2022년 6월 이후 늘어난 약 7000억 유로 규모의 국채 증가분 중 약 60%를 차지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힐 투커 ING 선임 금리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국채 보유 급증이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긴축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들이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잉여 현금을 유동성이 높은 국채로 대체해야 했기 때문이다.
미하엘 토이러 분데스방크 이사는 "가장 큰 우려는 국채 보유를 통한 정부와 국내 은행 간의 긴밀한 상호의존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유로존 국가들의 부채 수준과 재정 계획이 다시 조사를 받고 있다며 공공 재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은행들의 대출 축소와 시장 유동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이러 이사는 "유로존 부채 위기는 신뢰가 하락할 때 위험 프리미엄이 얼마나 빠르게 치솟을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