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분쟁 격화로 국제 유가 급등 우려가 커지자 한국 증시가 역대 최대 폭으로 폭락하고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98.37포인트(12.06%) 폭락한 5093.54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80년 지수 산출 이후 역대 최대 일일 하락률이다. 지난 이틀간 증발한 시가총액은 817조6000억원에 달한다.
장중 한때 지수가 12.65%까지 급락하면서 2024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변동 시 매매 일시 정지)가 발동돼 20분간 거래가 중단됐다.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정지시키는 사이드카도 이틀 연속 발동됐지만 지수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이번 폭락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분쟁이 확산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 세계 4위의 원유 수입국으로, 전체 수입 물량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타렉 호르차니 메이뱅크(Maybank) 증권 관계자는 "유가가 치솟고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글로벌 자금은 한국처럼 원유를 수입하는 시장에서 빠르게 위험을 줄이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기업 실적 악화라기보다는 포지션 청산과 위험 회피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외환시장도 크게 요동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심리적 지지선인 1500원을 돌파하며 장중 1505.8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환율은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하며 전날 대비 3.1% 오른 1485.7원에 마감했다.
외환·금융당국은 구두개입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개장 직후 성명을 내고 "대외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환율과 채권 금리가 국내 기초체력에서 과도하게 벗어나는지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도 외환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장 마감 무렵 과도한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시 시장 안정화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된 925개 종목 중 911개가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는 11.7%, SK하이닉스는 9.6% 떨어졌고 현대차는 15.8% 급락했다. 대한항공도 전날 10.3% 하락한 데 이어 이날 7.9% 내렸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장 막판 2317억원을 순매수하며 9거래일 연속 이어온 매도세를 멈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