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사정권이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로 인한 연료 공급 차질을 이유로 민간 차량에 대한 대대적인 연료 배급제를 시행한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국가행정위원회(SAC)는 7일부터 차량 번호판 끝자리에 따라 운행을 제한하는 '홀짝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SAC는 이번 조치가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 등 글로벌 정치 상황으로 인해 석유 운송이 방해받은 데 따른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새 규정에 따라 짝수 번호판을 단 차량은 짝수일에만 운행할 수 있으며 홀수 번호판 차량은 홀수일에만 도로에 나올 수 있다. 다만 전기차와 전기 오토바이는 이번 제한 조치에서 제외됐다.

SAC는 비싼 값에 되팔 목적으로 연료를 사재기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엄벌에 처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아시아로 향하는 유조선 운항이 차질을 빚은 데 따른 것이다. 미얀마는 중동산 원유를 가공하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정제 연료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와 인접국 태국을 통한 우회 공급망이 존재하지만 미얀마 곳곳에서는 이미 연료 부족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태국과 접경한 미야와디 지역에서는 지난 3일 저녁부터 연료가 동나 현지 주유소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다수의 주민이 국경을 넘어 태국 매솟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상업 도시 양곤의 주민들은 잦은 정전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가운데 이번 배급제가 생활비 부담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양곤 주민은 로이터통신에 "차량 의존도가 높은 도시에서 홀짝제는 매우 절망적인 제도"라며 치솟는 물가와 국가의 전략 비축유 부족 문제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얀마는 2021년 군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 정부를 쿠데타로 몰아낸 이후 전국적인 내전 상태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