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위원회' 출범식 참석을 위해 14번째 방미길에 올랐다. 밀레이 대통령은 오는 7일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남미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기 위해 동맹 강화에 나선 가운데 이뤄졌다. 밀레이는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두면서도 외교정책은 미국에 맞추는 줄타기 외교를 이어가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중국 공산당 정부를 "살인자"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집권 2년 차를 맞은 지금 중국과 거리를 둘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벤저민 게단 윌슨센터 중남미 프로그램 국장은 "아르헨티나는 남미의 에너지·식량·광물에 대한 중국의 끝없는 수요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이 그 시장을 결코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은 아르헨티나의 최대 교역국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3개월 전 이웃 브라질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아르헨티나의 對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5% 급증했고, 수입은 26% 증가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 아우스트랄대학의 마리아노 투르지 국제관계학 교수는 "밀레이 행정부의 큰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밀레이는 수사적으로 중국과 거리를 두려 하지만, 반공산주의 자유주의 성향의 밀레이 정부 아래서 중국이 아르헨티나 시장에서 더 큰 입지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밀레이의 인플레이션 억제와 자본통제 완화 정책은 기업들로부터 환영받았다. 하지만 관세 장벽 철폐와 공공사업 예산 삭감은 장기간 보호무역주의를 유지해온 아르헨티나 제조업체들에 타격을 줬다.

지난달 중국산 전기차가 아르헨티나 항구에 처음으로 하역되면서 격렬한 논쟁이 촉발됐다. 공장 폐쇄가 잇따르는 상황이었다.

아르헨티나 주요 타이어 제조업체인 파테는 3일 900명 이상을 해고하며 사업을 중단했다. 회사 측은 성명에서 "시장 상황 변화"를 이유로 들었으며, 현지 언론은 이를 중국과의 경쟁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노동부는 4일 회사와 노조가 해결책을 협상할 수 있도록 15일간 해고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중국은 아르헨티나의 수력발전 댐과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자금을 지원했다. 광업과 같은 핵심 분야에 투자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간펑리튬은 아르헨티나 북부 리튬 매장지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했다. 미국이 군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중국의 우주 시설도 수년째 남부 네우켄주에서 가동 중이다.

밀레이가 지난해 10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장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 미국은 200억 달러(약 29조 원)의 금융 지원을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인 밀레이의 선거 전망을 높이고 페소화 급락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먼로 독트린의 현대판이라고 부르는 정책을 점차 확대하는 과정에서 나온 조치다. 먼로 독트린은 1823년 유럽 세력에 대해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권을 경고한 선언이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트럼프의 논란이 된 아르헨티나 구제금융 직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밀레이가 "중국을 아르헨티나에서 몰아내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난 지금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거의 없다. 아르헨티나 관리들은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중국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미국이 이달 초 포괄적 무역협정을 체결한 뒤에도 파블로 키르노 외교장관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기자들에게 "이 협정이 중국이 아르헨티나 투자에 참여할 수 없거나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단 국장은 밀레이가 마러라고와 워싱턴을 아무리 자주 방문해도 아르헨티나는 "먼로 독트린의 한계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