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를 영장류로 묘사한 인종차별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지 2주도 안 돼 백악관에서 흑인역사의달 리셉션을 개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흑인역사의달 행사에서 해당 영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광범위한 비난 이후 영상을 삭제했지만 게시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전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은 채 다른 역사적 흑인 미국인들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흑인역사의달을 기념한다"며 "우리는 그들의 유산을 이어가며 우리보다 먼저 온 이들의 기억을 기린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인 저명한 흑인들을 거명했다.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은 인종차별 의혹으로부터 자신을 옹호한 점을 칭찬받았고, 래퍼 니키 미나즈는 트럼프로부터 "피부가 너무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았다.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 대통령은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스콧 터너와 백악관 사면 책임자 앨리스 마리 존슨 등 행정부 내 흑인 인사들을 무대에 올렸다.

존슨은 "이 흑인 미국인들의 바다를 바라보며 이 대통령이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것을 아십시오"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흑인 미국을 위하지 않는다고 누구도 말하지 못하게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이 흑인 미국인들에게 혜택을 줬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서명한 팁에 대한 연방소득세 폐지법과 워싱턴, 뉴올리언스, 테네시주 멤피스 등 흑인 인구가 많은 도시에 주방위군을 배치해 "안전을 되찾은 것" 등을 언급했다.

이번 행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화요일 사망한 제시 잭슨 목사를 추모하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급진 좌파의 사기꾼과 미치광이들에 의해 거짓되고 지속적으로 인종차별주의자로 불려왔다"고 주장한 다음 날 열렸다.

이와 관련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4일 "이 대통령은 인종과 관계없이 모든 미국인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며 "그는 절대적으로 거짓되게 인종차별주의자로 불리고 비방받아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흑인역사의달을 오랫동안 인정해왔지만, 그의 정책과 발언은 종종 다양성과 흑인 미국인의 기여에 대한 기념과 모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수십 년간 연방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많은 흑인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찾는 데 도움을 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을 표적으로 삼았다. 그는 DEI 프로그램을 "차별"이라고 부르며 정부에서 이를 근절하고 민간 부문도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전통적 흑인 대학들의 옹호자로 그렸다. 백악관은 4일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전통적 흑인 대학들에 5억 달러를 지원한 조치를 강조했다.

이 일회성 지원금은 대부분 히스패닉 학생 비율이 높은 대학들에서 가져온 연방 자금으로 충당됐다. 전통적 흑인 대학 지원금은 교육부가 히스패닉 학생과 기타 소수 민족 그룹의 특정 비율을 가진 대학을 대상으로 한 다른 보조금 프로그램에서 3억5000만 달러를 회수한 지 며칠 만에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보조금 프로그램들이 위헌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를 시작하면서 일부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 수업이 사람들을 국가를 증오하도록 세뇌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역사에 진실과 정상성을 회복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했고, 행정부는 이를 활용해 "미국인 과거나 생존자를 부적절하게 폄하하는" 국립공원의 역사 정보를 삭제했다. 여기에는 흑인 역사 표지판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시작 직후 2월을 흑인역사의달로 인정하는 선포문을 발표했지만, 같은 시기 국방부는 공식 자원이 더 이상 문화 인식의 달을 기념하는 데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