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평화헌법 개정이 가능한 3분의 2 의석을 확보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강경 노선이 현실화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열리면서 동남아시아 안보 지형 재편이 예고된다.

미국 국방전문매체 브레이킹 디펜스는 18일(현지시간) 일본 총선 결과를 분석하며 "다카이치 총리가 헌법 개정부터 군사력 강화까지 추진할 수 있는 백지수표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개표 결과에 따르면 자민당은 중의원 465석 중 316석을 확보했다. 연립 여당을 포함하면 3분의 2 이상의 압도적 의석이다. 자민당 70년 역사상 가장 결정적인 승리다.

브레이킹 디펜스는 "이번 압승은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대중의 열망과 효과적인 디지털 캠페인이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30세 미만 젊은 유권자들이 자민당 약진의 중추 역할을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가장 충실한 이념적 후계자로 평가받으며 "일본 우선" 내러티브로 민족주의 정서를 성공적으로 자극했다.

3분의 2 의석 확보로 일본의 가장 민감한 정치적 금기인 헌법 9조 개정이 가시화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앞서 "헌법 개정은 자민당의 당론"이라며 "구체적인 개정안이 국회 헌법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전쟁 수행 능력을 법적으로 제한해온 평화주의 조항은 이제 존립 위기에 직면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3분의 2 의석을 바탕으로 군사적 제약을 제거하는 국민투표를 발의할 수 있는 절차적 권한을 확보했다.

브레이킹 디펜스는 "군사 정상화가 이뤄지면 일본은 장거리 미사일 체계와 항공모함 전력을 완곡어법 없이 공개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된다"고 전망했다.

일본의 방위 태세는 방패에서 칼로 영구적으로 전환되며 명시적인 반격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적으로는 방위산업 전면 개편이 예상된다. 헌법 제약에서 벗어나면 미쓰비시중공업 같은 기업들이 첨단 군사기술 수출에 청신호를 받게 돼 협력국들과 새로운 의존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다카이치 압승으로 가장 명확히 예상되는 정책 변화는 일본의 공적안보지원(OSA) 확대다.

수십 년간 일본은 주로 경제 원조를 통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을 지원해왔다. OSA는 이웃 국가들의 군사 역량 강화를 직접 지원하는 결정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인도네시아전략경제행동연구소의 로니 사스미타 선임 국제문제 애널리스트는 "다카이치 총리는 OSA 자금을 극적으로 증액해 남중국해에서 중국 영향권을 둘러싼 전략적 완충지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일본은 이미 나투나 해역 같은 민감 지역의 해양 레이더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고 있다. 사실상 무제한 재정 공간을 확보한 도쿄는 수중 감시 시스템부터 첨단 정찰 드론까지 매우 매력적인 방위 패키지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레이킹 디펜스는 "OSA는 아세안이 조건부이고 정치적으로 복잡한 미국 안보 우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베이징의 압박에 저항할 수 있도록 하는 다카이치의 핵심 방위외교 수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OSA는 사이버 보안 영역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은 아세안의 중국 통신기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해저 케이블 인프라 개발을 제안하고 있다.

다만 일본의 군사 지원을 수용하는 것은 베이징 입장에서 정치적 편향으로 읽힐 가능성이 크다.

다카이치의 압도적 승리는 아세안에 양날의 검이다.

긍정적 측면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일본이 미국을 넘어서는 대안적 전략 균형자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필리핀과 베트남 같은 국가들은 남중국해 공격적 영유권 주장에 대항하는 새로운 안보 보증자로 다카이치를 환영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위험도 똑같이 심각하다. 다카이치의 대중국 흑백논리식 접근은 아세안 중심성과 인도네시아의 오랜 "자유·능동적" 외교정책을 위협한다.

사스미타 애널리스트는 "다카이치가 중국과의 대결에서 편을 선택하라고 아세안을 너무 강하게 압박하면 내부 균열이 심화돼 점점 회복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베이징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더욱 주변부로 밀려날 것이며, 인도네시아 같은 해양 국가들은 소모적인 외교 균형 행위를 강요받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아세안의 양극화다. 중국 기울기 대륙 블록과 일본·미국과 연계된 해양 블록으로 분열될 경우 아세안의 중립적 지역 기구로서의 관련성은 침식되고 동남아는 경쟁하는 외부 세력의 취약한 완충지대로 전락할 수 있다.

브레이킹 디펜스는 "다카이치 시대는 아세안이 오랫동안 누려온 평화가 곧 훨씬 높은 정치적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라고 진단했다.

한편 중국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중국 이익에 기여해온 평화주의 일본의 종언을 의미하는 전략적 경보다. 다카이치는 쿼드(Quad)에서 일본의 역할을 심화하고 오커스(AUKUS) 2필러 가입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