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서 처음으로 주교가 관할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혐의를 당국에 즉시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안제이 예지 주교는 5일(현지시간) 자신의 교구 소속 사제 2명이 저지른 아동 성추행 의혹을 당국에 즉각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로 폴란드 법정에 섰다. 폴란드에서 주교가 사제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형사 재판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예지 주교가 교구 내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혐의에 대한 신빙성 있는 정보를 받은 즉시 당국에 알렸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제 2명에 대해 가톨릭교회는 내부 조사를 진행하고 당국에 신고했지만, 검찰은 법이 지체 없는 즉각 신고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예지 주교는 "교회가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법적 신고 의무를 인지한 후 즉시 당국에 알렸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예지 주교는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과 이로 인해 고통받은 다른 사람들, 종종 가족들을 포함해 이들에게 유감과 사과를 표한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는 오랫동안 폴란드에서 최고의 도덕적 권위를 누려왔다. 외세 점령과 지배 시기에 영감을 주는 역할을 했고, 1980년대 반공산주의 자유노조 운동을 지원하며 폴란드 민주화에 기여했다.

그러나 수십 년간 지속된 성직자 성추행 사건과 교회 고위층의 은폐 행위가 드러나면서 교회 위계질서의 신뢰도는 크게 훼손됐다. 폴란드는 가톨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성인 중 한 명인 성 요한 바오로 2세를 배출한 나라다.

교회 고위층은 성직자들의 범죄를 묵인하거나, 일부 경우에는 스캔들이 공개되면 사제들을 다른 교구로 전보시켜 보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주교회의가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사제들에 대한 성추행 신고가 382건 접수됐다.

가톨릭교회의 내부 법규상 주교는 소속 사제의 성추행 혐의를 경찰에 신고할 의무가 없으며, 수십 년간 교회는 피해자보다 교회의 명예를 우선시하며 사건을 내부적으로 처리해왔다.

성추행 사건을 제대로 처리한 국가들에서도 주교가 당국 신고 지연으로 형사 기소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프랑스에서는 교회의 성추행 유산이 드러나면서 2019년 리옹의 필리프 바르바랭 추기경이 성추행 사제의 범죄를 은폐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2년 후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예지 주교는 2012년부터 폴란드 남부 타르누프 교구에서 주교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