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앨라배마주 의회가 주 정부의 환경규제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 완화 기조에 발맞춘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앨라배마주 의회는 26일(현지시간) 주 정부 기관이 연방 기준을 초과하는 오염물질 및 유해물질 규제를 설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법안에 따르면 연방 기준이 없는 분야에서는 유해 배출물 노출과 인간의 명백한 신체 상해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을 때만 새로운 규제를 채택할 수 있다.

법안을 지지하는 상공회의소와 기업 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건전한 과학에 기반한 기준을 마련하고 규제 남용을 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 법안 발의자인 도니 체스틴 상원의원은 이달 초 입법위원회에서 "이 법안은 친기업 입법"이라며 "남동부 주들과 경쟁해 기업을 유치하려면 이런 기준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트로이 스텁스 하원의원은 토론 중 "이 법안은 앨라배마와 주민들을 생활비를 크게 올리는 과도한 규제로부터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들은 이 법안이 주 정부의 환경 및 보건 위험 대응 능력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남부환경법센터의 세라 스토크스 선임 변호사는 "법안은 질병 위험 증가만으로는 인간에 대한 피해를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명시해 주 규제에 불가능한 장애물을 설정한다"고 비판했다.

스토크스는 "이는 기업에 대한 백지수표나 다름없다"며 "우리는 기본적으로 기업을 위해 인간의 건강을 희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안은 또한 주 기관이 환경보호청(EPA)의 통합위해정보시스템을 수질 기준의 기본 근거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화학산업 로비단체는 이 시스템이 지나치게 부담스럽고 과학적으로 결함이 있다고 비판해왔다.

환경단체들은 특히 앨라배마주 남부 지역을 오염시킨 PFAS(과불화화합물, 일명 영구화학물질)와 같은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크리스 잉글랜드 하원의원은 "이 법안은 앨라배마 주민들을 실험 대상으로 만든다"며 "우리는 기업이 사람을 죽일 때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페트리 접시가 됐다"고 비판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법학전문대학원의 카라 호로위츠 환경법 교수는 "이 법안은 주 기관이 수질 오염, 대기 오염, 독성물질로부터 공중보건을 얼마나 보호할지에 대해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막는다"고 지적했다.

스토크스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환경단체들이 앨라배마 환경관리위원회에 비소와 시안화물 등 13개 유독성 오염물질에 대한 주 기준 갱신을 고려하도록 설득한 후 발의됐다.

앨라배마주 하원은 88대 34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이제 공화당 소속 케이 아이비 주지사에게 넘어간다.

주 차원의 환경규제 제한 움직임은 여러 주로 확산되고 있다. 인디애나주 마이크 브라운 주지사는 지난해 주법이나 주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지 않는 한 연방 기준보다 엄격한 환경규제를 신설할 수 없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테네시주 의회도 지난해 연방 규제보다 엄격한 규제는 인간의 명백한 신체 상해와의 연관성에 근거해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타주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스토크스는 "앨라배마 법안이 테네시주 법보다 더 나아간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