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디지털 자산이 하나의 금융 아키텍처로 통합되며 글로벌 자산 관리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AI와 디지털 자산이 설계하는 글로벌 부의 새로운 지도'라는 기사를 통해 이같은 변화를 조명했다.
WSJ는 "한때 별개의 기술 혁명으로 여겨졌던 AI와 디지털 자산이 융합돼 자금의 관리, 이동, 증식 방식을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AI가 시장을 분석하는 '두뇌'라면, 디지털 자산은 자금이 흐르는 '배관'을 교체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상에 구현하는 '토큰화(Tokenization)'를 1970년대 전자 거래 도입 이후 가장 파괴적인 혁신으로 지목했다.
WSJ는 "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은 멀티모달과 알고리즘 모두에 익숙한 차세대 투자자들을 어떻게 만족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도권 금융의 움직임은 이미 가속화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영국 법인을 통해 글로벌 시스템 중요 은행(G-SIB) 최초로 기관 투자자 대상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현물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보수적인 국부펀드와 연기금조차 이제 디지털 자산을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필수 요소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현장의 업무 효율성도 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SC가 자체 구축한 'SC GPT' 플랫폼은 자산관리사(RM)들이 고객 맞춤형 메시지를 작성하는 시간을 기존 대비 50% 가량 단축시켰다.
사미르 수버월 SC 글로벌 자산 솔루션 책임자는 "단순한 챗봇을 넘어 은행의 컴플라이언스와 전문 지식을 학습한 '전용 AI'를 구축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AI의 정밀함과 인간의 판단력을 결합하는 것이 미래 자산 관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SC는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과 협업한 'FX 인텔리전트 엑스퍼트'를 통해 복잡한 환율 데이터를 1분 분량의 다국어 비디오 브리핑으로 생성, 투자자에게 실시간 제공하는 등 '초개인화' 서비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술적 진보보다 중요한 것이 '거버넌스'라고 입을 모은다.
AI와 디지털 자산이 밀접하게 결합될수록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안, 책임 소재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토큰화 기술에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더 뛰어난 지능이 아니라 강력한 거버넌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신뢰와 상호운용성이 담보될 때만이 AI가 디지털 자산 속에 숨겨진 진정한 가치를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미래 자산 관리 시장의 승자는 AI의 '속도'와 인간의 '신뢰'를 얼마나 정교하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지능'과 '인프라'를 결합한 부의 재배선은 이제 시작 단계이며, 향후 글로벌 금융 시장의 판도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