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내 여성 10명 중 3명이 평생 한 번 이상 물리적 또는 성적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간) EU 기본권청(FRA)과 유럽성평등연구소(EIGE)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2020년 9월부터 2024년 3월까지 18~74세 여성 약 11만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EU 여성의 30.7%가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2012년 첫 조사 당시 기록된 33%에서 소폭 감소한 수치다. 물리적·성적 폭력 외에도 심리적, 경제적, 온라인 학대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만연했다.

피해 사실을 경찰에 알리는 비율은 매우 저조했다. 지인이나 낯선 사람 등 파트너가 아닌 이들로부터 폭력을 당한 경우 신고율은 11.3%에 불과했다.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폭력 신고율은 6.1%로 더 낮았다.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주요 원인으로는 수치심, 자책감, 두려움, 사법당국에 대한 불신 등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지원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접근이 어려운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시르파 라우티오 FRA 국장은 "여성에 대한 폭력은 기본권 침해"라며 "회원국들은 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별로는 이른바 '노르딕 역설' 현상이 두드러졌다. 성평등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북유럽 국가들의 폭력 경험률이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핀란드가 57.1%로 가장 높았고 스웨덴(52.5%)과 덴마크(47.5%)가 뒤를 이었다. 반면 불가리아는 11.9%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격차가 실제 폭력 발생 빈도의 차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국가별로 폭력을 인식하는 기준이나 피해를 신고하는 문화적 차이가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