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금리 인하를 추진하는 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지표와 연준 내부의 기류가 워시 지명자의 금리 인하 구상과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 갈등 재개로 유가가 4년 만에 최대폭으로 급등하면서 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하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노동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어 금리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연준은 2024년 3회 금리 인하를 시사했으나 올해 1월에는 동결을 결정했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1%포인트가량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노동 시장 개선 흐름을 고려할 때 오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1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은 물가가 목표치를 계속 웃돌 경우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시 지명자의 금리 인하 논리인 '인공지능(AI) 주도 저물가 호황'에 대해서도 연준 내부의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워시 지명자는 AI가 생산성을 높여 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최근 10분기 동안 비농업 부문 시간당 생산성 증가율은 연율 2.7%를 기록해 과거 50년 평균인 1.9%를 넘어섰고, 2023년 3/4분기에는 4.9%에 달했다.

하지만 월러 이사를 비롯해 마이클 바 이사, 리사 쿡 이사, 필립 제퍼슨 부의장 등은 최근의 생산성 향상이 AI 덕분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월러 이사는 "최근 1~2년간의 성장과 생산성 향상이 AI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워시 지명자가 금리 인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시한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방안도 반대에 부딪혔다. 워시 지명자는 현재 6조6000억달러 규모인 연준의 자산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월러 이사는 과거처럼 은행의 지불준비금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체제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는 워시 지명자를 지지하면서도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 결정에 최소 1년의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내다봤다.

윌리엄 잉글리시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경제 지표에 놀라운 변화가 없는 한 워시 지명자가 하반기 4차례 금리 인하 등을 추진하더라도 동료들의 표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