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황금기에 활동했던 여성 예술가들을 재조명하는 대규모 전시회가 열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벨기에 겐트미술관(MSK)이 미국 국립여성미술관(NMWA)과 공동으로 '잊을 수 없는: 안트베르펜에서 암스테르담까지의 여성 예술가들, 1600~1750' 전시를 개최한다고 보도했다.

오는 7일부터 5월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여성 예술가 40여 명의 작품 150여 점이 나온다. 회화와 조각을 비롯해 종이공예, 판화, 레이스 등이 포함됐다.

당시 여성들은 미술 시장에서 주문을 받고 제자를 양성하는 등 경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미술사에서 잊힌 주요 원인으로 19세기 이후 확립된 성별 계층화를 꼽는다.

프레데리카 반 담 겐트미술관 큐레이터는 "19세기 미술사학자들이 순수미술과 장식미술을 인위적으로 구분했다"며 "이로 인해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냈던 많은 분야가 배제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종이공예가 요한나 코르텐이나 레이스 제작자들의 기록은 미술사에서 대부분 사라졌다.

여성의 작품이 남성 화가의 것으로 둔갑한 사례도 다수 있었다. 가족 공방에서 훈련받은 여성들의 그림은 시장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아버지나 남편, 형제의 이름으로 덧칠되는 경우가 많았다.

마리아 스칼켄의 작품은 서명이 지워진 채 아버지의 이름으로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디트 레이스터르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과 별 모양을 결합한 독특한 서명을 사용했지만 후대 미술사학자들은 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결국 그의 작품들은 남편인 얀 미엔스 몰레나르나 유명 화가 프란스 할스의 그림으로 잘못 알려졌다.

레이스터르의 서명은 1893년에야 처음 식별됐다. 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시작됐다.

최근 미술계에서는 이들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서 라헬 라위스흐의 회고전이 열렸다. 이달에는 영국 로열아카데미에서 미카엘리나 보티에의 작품이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