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습과 관련해 영국의 지원을 거부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양국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대중지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스타머 총리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양국 관계가 예전 같지 않아 매우 슬프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격 작전을 위해 영국군 기지 사용을 요청했으나 스타머 총리가 이를 거절한 데 따른 것이다.
스타머 총리는 전날 영국 하원에 출석해 "영국의 행동은 항상 합법적인 근거와 실행 가능하고 철저한 계획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법적인 작전에 우리 군 병력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이란 공격 계획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주요 동맹국인 영국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개시 48시간 만에 "하늘로부터의 정권 교체를 믿지 않는다"며 반기를 든 셈이다.
미국 측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키어에게 실망했다"고 전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역시 영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무력 사용을 두고 우유부단하게 구는 많은 전통적 동맹국들과 달리 유능한 파트너가 좋은 파트너"라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이란에 대한 '공격적' 목적의 기지 사용은 거부했지만, 방어적 목적의 작전은 허용했다. 스타머 총리는 잉글랜드 글로스터셔의 페어포드 기지와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를 이란 미사일 시설 타격 등 제한적인 방어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미국의 별도 요청은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란이 걸프 지역의 영국 동맹국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수천명의 영국인을 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에 방어적 목적의 기지 사용을 허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국 기지 사용은 합의된 방어 목적으로만 제한되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적인 공습에는 동참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결정에는 법적 우려뿐만 아니라 영국 내 정치적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집권 노동당은 과거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이라크 전쟁 지원 결정으로 큰 타격을 입은 바 있으며, 영국 유권자들 역시 중동에서의 새로운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우리는 모두 이라크의 실수를 기억하고 있으며 그 교훈을 배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