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증시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금을 빼내고 있다.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인 VN지수는 2023년 한 해 동안 41% 상승했다. 이는 8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같은 기간 베트남의 경제 성장률은 8%를 기록했다.

이러한 호황에도 외국인 자금은 빠져나갔다. 금융정보업체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의 베트남 주식 순유출액은 51억달러(약 7조344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도세는 올해 1월과 2월에도 이어졌다.

베트남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시가총액 3320억달러(약 478조800억원) 규모의 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비중은 약 14.5%로 집계됐다.

외국인 이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미국의 관세 리스크다. 션 테일러 매튜스 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잠재적인 관세 우려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베트남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라고 분석했다. 베트남의 성장은 중국을 우회한 무역에 크게 의존한다. 이 때문에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정 종목에 대한 과도한 쏠림 현상도 외국인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베트남 최대 기업인 빈그룹(Vingroup)의 주가는 지난해 736% 올랐다. 빈그룹과 그 자회사들이 벤치마크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는다.

쩐 티 몽 뚜옌 퍼시픽 포럼 연구원은 "다각화와 유동성을 중시하는 외국인 펀드 입장에서는 단일 종목 리스크를 떠안지 않고 비중을 늘리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빈그룹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6배에 달한다. 크레이그 마틴 다이남 캐피탈 회장은 "빈그룹이 참여하는 많은 프로젝트의 미래 현금 흐름 시기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현재 밸류에이션은 펀더멘털 투자자가 수용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지분 한도와 접근성 문제도 여전한 걸림돌이다. 헌터 보두앵 모닝스타 연구원은 "많은 펀드매니저가 주식의 잠재력을 언급하지만 유동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라며 "외국인 지분 한도가 제약을 만들고 있다"라고 전했다.

영국 런던에 상장된 드래곤 캐피탈의 대표 폐쇄형 펀드인 베트남 엔터프라이즈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VEIL)에서도 자금 이탈이 나타났다.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보유 지분 일부를 현금화하기 위해 공개매수에 참여하기로 투표했다.

한편 베트남 증시는 글로벌 지수 편입을 앞두고 있다. FTSE 러셀은 오는 9월 베트남을 프런티어 시장에서 신흥국 시장으로 상향 조정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베트남을 관찰대상국에 추가할 가능성도 있다.

베트남 시장 규제 당국은 로이터통신에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투자 기관 여러 곳이 베트남 투자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