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갈등 격화로 중동 지역의 선박 연료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항구의 벙커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요가 싱가포르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연료 수송 차질로 주요 벙커링(선박 연료 공급) 허브인 푸자이라 항구의 선박 급유가 크게 둔화했다. 이란과 오만 사이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부 선박이 공격을 받으면서 통항이 사실상 중단된 여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와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가 지나는 핵심 물류 동맥이다. 푸자이라 항구는 호르무즈 해협 입구 인근인 UAE 동해안에 있다.
두바이의 시장 관계자들은 장기적인 공급 차질 우려로 선박 연료유 호가가 뛰면서 판매가 정체됐다고 전했다.
푸자이라 항구의 저유황 선박 연료유 호가는 싱가포르 시세 대비 톤당 3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는 지난주 10~15달러 수준에서 오른 수치다. 고유황 연료유 역시 기존 할인 거래에서 프리미엄 거래로 전환됐다.
푸자이라의 급유가 위축되면서 아시아, 로테르담, 지중해, 콜롬보, 인도 등 대체 항구로 수요가 몰릴 전망이다. 유조선이 중동을 우회하거나 걸프 해역에 발이 묶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벙커링 항구인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현물 수요가 활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주들이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연료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 공급업체 관계자는 "전쟁이 계속되면 향후 몇 주간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공급 차질로 인해 프리미엄도 무조건 따라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 상승도 벙커유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뛰면서 아시아 지역의 고유황 연료유 가격과 마진도 동반 상승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펙츠(Energy Aspects)의 로이스턴 후안 수석 애널리스트는 "선사들이 경계감을 높이면서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이 정체된 상태"라며 "이러한 차질이 길어지면 싱가포르의 벙커유 공급도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