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는 발레리 잘루즈니 전 육군 총사령관이 양측 간 심각한 갈등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폭로했다.
잘루즈니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22년 우크라이나 국내정보기관 요원 수십 명이 자신의 사령부를 급습한 사건을 공개하며, 이를 "명백한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52세의 잘루즈니는 2024년 육군 총사령관직에서 해임된 뒤 영국 주재 대사로 임명됐다. 그는 현재 정치적 야심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지만, 이번 폭로는 전쟁 종식 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잘루즈니에 따르면 러시아의 전면 침공 직후인 2022년 2월부터 젤렌스키와 갈등이 시작됐다. 전쟁 수행 방식을 놓고 양측은 자주 충돌했다고 그는 전했다.
긴장은 2022년 9월 정점에 달했다. 우크라이나가 북동부에서 효과적인 반격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잘루즈니가 젤렌스키 본부에서 긴박한 회의를 마친 뒤였다.
수 시간 후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요원 수십 명이 잘루즈니의 사령부에 나타나 수색을 시도했다. 당시 현장에는 영국 장교 10여 명 이상이 있었다고 잘루즈니는 말했다.
잘루즈니는 즉각 당시 젤렌스키 비서실장이던 안드리 예르마크에 전화를 걸어 강경 대응 의사를 밝혔다. "나는 예르마크에게 이 공격을 격퇴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싸우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키이우 중심부로 지원군을 소집해 당신들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잘루즈니는 이어 당시 보안국장이던 바실 말리우크에게도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했다. 말리우크는 급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AP가 입수한 법원 문서에 따르면 보안국은 이틀 전 키이우 지방법원에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스트립 클럽을 수색하기 위해 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해당 스트립 클럽은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전에 이미 그 장소에서 폐업한 상태였다. 새 장소에서 일하는 직원 2명이 AP에 이같이 전했다.
잘루즈니는 수색영장은 구실에 불과했으며, 보안국이 국가 전쟁 사령부 소재지를 착각했을 리 없다고 믿고 있다.
젤렌스키 측 대통령실과 보안국은 이번 보도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AP는 잘루즈니의 급습 관련 주장을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잘루즈니와 젤렌스키의 갈등은 2023년 반격작전을 둘러싸고 더욱 심화됐다. 결국 실패로 끝난 이 작전은 특히 큰 논란을 일으켰다고 잘루즈니는 말했다.
잘루즈니는 나토 파트너들과 함께 수립한 원래 계획은 젤렌스키와 다른 관료들이 필요한 자원을 투입하지 않아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원래 계획은 병력을 "하나의 주먹"으로 집중해 중요한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자포리자 지역을 탈환한 뒤 남쪽 아조프해까지 진격하는 것이었다. 이는 러시아군이 2014년 불법 병합한 크림반도에 보급하던 육상 통로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성공을 위해서는 대규모 집중 배치와 전술적 기습이 필요했다고 잘루즈니는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병력이 넓은 지역에 분산돼 타격력이 약화됐다고 그는 말했다.
반격작전이 원래 계획과 어긋났다는 그의 주장은 익명을 요구한 서방 국방 관계자 2명에 의해 확인됐다.
잘루즈니는 전장에서 여러 차례 성공을 거두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젤렌스키는 2024년 2월 그를 육군 총사령관직에서 해임했고 이후 런던 대사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 조치가 잘루즈니를 우크라이나 일상 업무에서 멀어지게 해 정치적 라이벌로서 잠재력을 제한하려는 젤렌스키의 시도로 널리 해석했다.
여론조사는 일관되게 가상 대결에서 잘루즈니가 젤렌스키를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젤렌스키의 한때 견고했던 인기는 약화됐다. 젤렌스키의 최측근 여러 명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이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의원들과 활동가들은 말한다.
지난달 발표된 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상 대선에서 잘루즈니 지지율은 23%로 젤렌스키의 20%를 앞서며 대통령의 최대 경쟁자로 나타났다.
키이우 소재 정치 분석가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잘루즈니를 체제를 바꿀 수 있는 인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잘루즈니에게 투표할 뿐만 아니라 젤렌스키에 반대해서도 투표할 것이다. 그의 대통령직 실패를 비난하면서 말이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잘루즈니는 우크라이나인들 사이의 분열을 조장할까 두려워 정치 논의를 피한다고 말한다. "전쟁이 끝나거나 계엄령이 종료될 때까지 나는 이것을 논의하지 않으며 그 방향으로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그의 신중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선거 컨설턴트와 정당 인사, 정치 내부자들이 계속해서 잘루즈니에게 접근해 캠페인 수립을 돕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잘루즈니는 2025년 봄 "꽤 유명한" 미국 정치 컨설턴트가 자신에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잘루즈니 측근 관계자는 AP에 그 인물이 폴 매너포트라고 전했다. 매너포트는 트럼프의 2016년 대선 캠페인 의장을 지냈으며 2018년 우크라이나의 친러 전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를 위해 비밀리에 로비한 혐의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나는 그에게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 했지만 그의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잘루즈니는 전했다.
트럼프 1기 임기 말 사면받은 매너포트는 AP의 전화와 메시지에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전쟁 종식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합의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지만, 젤렌스키는 원칙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계획에 동의했다. 이 계획은 전쟁이 끝나고 안보 보장이 마련되면 선거를 실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런던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있는 잘루즈니의 집무실은 그의 장군 시절을 반영하고 있다. 벽에는 군용기 포스터와 그가 받은 군 훈장, 전투 장면을 그린 어린이 그림들이 장식돼 있다. 마호가니 테이블 위에는 장난감 드론들이 놓여 있다.
그의 책상 뒤편 스크린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을 비행하는 드론의 실시간 영상이 보인다.
잘루즈니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전략에 대한 주요 비판으로 비현실적인 병력 수에 의존하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전장에 배치하는 방식이 잘 조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지만 젤렌스키가 자신을 밀어낸 이후 군사적 의사결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잘루즈니는 그 이후 젤렌스키와 두 차례 만났으며 "절대적으로 우호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잘루즈니가 우크라이나의 일상 정치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그의 인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