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흔하게 처방되는 검사 중 하나인 갑상선자극호르몬(TSH) 검사가 장비에 따라 20~40%까지 다른 결과를 내놓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1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 환자의 TSH 수치가 병원 진료소에서는 5.19mIU/L로 측정됐으나, 4일 후 같은 병원 본원에서는 14.99mIU/L로 나타나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TSH는 뇌하수체에서 분비돼 갑상선을 자극해 호르몬을 분비하게 한다. 이 호르몬은 심박수, 에너지 생성, 신진대사 안정성을 조절한다. 일반적으로 TSH는 자연적으로 변동하지만 검사 간 변동폭은 약 50% 수준이다. 4일 만에 3배 증가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제임상화학연맹(IFCC)은 15년 이상의 공동 연구 끝에 TSH 표준화 프로토콜을 확립하고 검증했다. 이 프로토콜을 따르면 어떤 장비를 사용하든 동일한 수치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표준 적용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애보트, 지멘스, 로슈, 베크만쿨터 등 주요 제조사들은 각자의 독점적 항체와 보정 시스템을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하며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차이가 진단과 치료를 좌우한다는 점이다. 한 장비에서 3.5mIU/L로 나온 수치가 다른 장비에서는 4.9mIU/L로 측정될 수 있다. 이는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선을 넘나드는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약 2000만 명이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으며, 특히 폐경기 여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 장비에서 높게 나온 환자는 불필요한 갑상선 호르몬 치료를 받아 심방세동과 골손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반대로 다른 장비에서 정상으로 나온 환자는 치료를 받지 못해 고콜레스테롤혈증, 인지 증상, 심혈관 위험 증가 등을 겪을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분산된 감독 체계에서 비롯됐다. CDC는 집행 권한이 없고, 임상검사실개선법(CLIA)의 숙련도 테스트는 제조사별 '동료 집단' 내 일치도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같은 브랜드 장비끼리 얼마나 잘 맞는지를 측정할 뿐, 생물학적 진실과의 일치 여부는 평가하지 않는다.

FDA는 "실질적 동등성"을 기준으로 검사법을 승인한다. 이는 제조사가 CDC 표준에 맞춰 재보정할 경우 동등성이 무효화돼 새로운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상 편향을 바로잡는 행위에 불이익을 주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FDA가 표준화된 목표에 맞춘 재보정을 위한 간소화된 경로를 만들고,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가 브랜드별 집단이 아닌 보편적 표준을 기준으로 숙련도 테스트를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도당과 콜레스테롤 같은 다른 주요 검사들은 이미 플랫폼 간 비교 가능성을 보장하는 기준 측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갑상선 검사가 동등한 표준화를 갖추지 못할 과학적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과학은 이미 완성됐고 프로토콜도 존재한다"며 "남은 것은 규제 시스템의 의지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해당 환자는 14.99mIU/L를 기록한 병원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를 시작한 후 건강이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와 의료진, 심지어 일부 검사실조차 이 같은 변동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