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통보제 시행 1년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과 충돌해 아동 381명이 출생신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식별된 그림자 아동'으로 방치됐다.
3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출생통보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7월 제도 시행 이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해 모든 아동이 등록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했다.
보고서는 제도 시행 후 1년 6개월간 아동 381명이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에 막혀 직권등록을 유예하는 상태를 겪었다고 밝혔다. 친생추정은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규정이다. 이혼 후 300일 이내에 태어난 아이도 전남편의 자녀로 추정해 현 남편이나 생부의 자녀로 신고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등록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직권 등록한 아동 중 절반이 넘는 56%는 서류상 이름을 '미정'으로 기재했다. 또한 직권등록만으로는 주민등록번호를 바로 부여하지 않아 아동이 건강보험 적용과 보육 서비스 등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받는 '반쪽짜리' 등록에 그쳤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제도의 사각지대도 여전했다. 자택이나 구급차 등 병원 밖에서 태어난 아동은 의료기관의 통보 의무가 없어 출생 사실을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국내에서 태어났더라도 부모가 외국인인 아동 역시 제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아동의 온전한 출생등록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재혼 가정 예외 인정 등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 유연화가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미혼부의 출생신고권 및 친생부인권 확대와 행정 절차 개선,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