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기존 지식재산권(IP) 체계가 흔들리는 가운데 한국의 제도적 대응이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에 비해 뒤처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인공지능 기반 창작·발명 활동의 주요 쟁점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AI 기술 발전이 저작권, 특허권 등 기존 IP 제도와 충돌하며 법적 공백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와 IP의 충돌은 크게 세 단계에서 발생한다. 먼저 AI가 만든 창작물의 권리 주체를 누구로 볼 것인지에 대한 '성립 요건의 충돌'이다. 현행법은 인간만을 저작자와 발명가로 인정하지만 AI의 기여도를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

AI 학습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인지에 대한 '이용 행위의 충돌'도 핵심 쟁점이다. 또한 AI 산출물의 경제적 이익과 법적 책임을 개발자, 서비스 제공자, 이용자 중 누가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권리·책임 귀속의 충돌' 문제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주요국들은 이미 각자의 방식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공정이용' 법리를 중심으로 사법부의 판례를 축적하며 대응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DM) 예외 조항을 법제화하고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이 AI 학습에 이용되는 것을 거부할 권리(opt-out)를 보장했다.

일본 역시 데이터 분석 목적의 저작물 이용을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법적, 제도적 정비보다 실무 안내서를 배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연구원은 향후 제도 설계 방향으로 학습 데이터의 출처 및 이용 조건 명확화, AI 산출물의 권리 귀속 기준 정비, 다양한 기여자 간 보상 및 책임 배분 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AI 시대의 지식재산권 제도는 정보 흐름의 투명성과 데이터 생태계의 거래 구조를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