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비밀 핵실험에 대응해 저위력 핵실험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는 30년간 유지해온 핵실험 중단 방침을 끝내겠다는 의미다.
크리스토퍼 예우 미국 국무부 군축·비확산 담당 차관보는 18일(현지시간)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서 "미국은 '동등한 기준'으로 핵실험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우 차관보는 "동등한 기준이란 이전 표준에 대한 대응을 전제로 한다"며 "그 표준은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군축 전문가들이 과민반응하듯 1952년 남태평양에서 실시한 아이비 마이크급 메가톤급 대기권 실험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우리는 견딜 수 없는 불리한 입장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실험 시기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며 구체적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는 중국이 2020년 저위력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더 큰 위력의 추가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예우 차관보는 이날 중국의 핵실험 혐의를 재확인하며 "2020년 6월 22일 오전 9시 18분(그리니치 표준시) 인근 카자흐스탄에서 수집한 데이터에서 규모 2.75의 폭발이 감지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형 지하 공동에서 발생해 충격이 완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진이나 광산 사고가 아닌 단일 폭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미국 국무부는 2024년 러시아도 저위력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암시해왔다.
한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역사적 핵실험장인 신장 지역 롭노르에서 위성 이미지상 특이 활동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폭발의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의 로버트 플로이드 사무총장도 미국의 중국 핵실험 주장 이후 "핵무기 실험의 특성과 일치하는 어떠한 사건도 감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국제 감시 시스템이 TNT 500톤 상당 이상의 폭발만 관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초토화한 미국 원폭의 극히 일부 수준이다.
예우 차관보는 플로이드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해 "핵보유국에 지식을 제공하는 저위력 실험을 포착하지 못한다면 조약은 기본적으로 무화과 잎에 불과하다"며 "우선순위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핵탄두 배치를 제한하는 마지막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은 이달 만료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포함한 새로운 협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은 3자 협상 참여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부해왔다.
중국의 핵무기 보유량은 러시아와 미국보다 훨씬 적지만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1992년 마지막 핵폭탄 실험을 실시한 뒤 핵연쇄반응을 촉발하지 않는 수준의 '미임계' 실험만 수행해왔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은 모든 핵폭발을 금지하는 유엔 조약이지만 발효되지 않았다. 핵무기 보유국 중 프랑스와 영국만 비준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조약에 서명했지만 1999년 트럼프의 공화당 반대로 상원에서 거부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