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기술 자립과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해 6년간 1조 루피를 투입하는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월 6일 발간한 '인도 R&D 정책 추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2025년 7월 '연구개발·혁신 계획(RDIS)'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연구개발·혁신 계획은 2025-26 회계연도에 2000억 루피를 시작으로 6년간 총 1조 루피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주요 지원 분야는 에너지 안보, 딥테크, 인공지능(AI), 바이오, 디지털 경제 등 국가 핵심 기술이다. 특히 양자컴퓨팅, AI 칩, 차세대 배터리 등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이번 대규모 투자는 인도의 R&D 현황과 무관하지 않다. 인도는 2025년 기준 전 세계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인재의 28%를 보유하고 과학·공학 박사 학위 수여 건수 세계 3위를 기록하는 등 풍부한 인재풀을 자랑한다. 글로벌혁신지수(GII)에서도 38위,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수출 1위를 차지하며 혁신 역량을 입증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R&D 지출(GERD) 비중은 2020-21년 기준 0.65%에 불과했다. 이는 글로벌 평균(2.45%)은 물론 한국(4.8%), 중국(2.41%) 등 주요국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심지어 2005-06년 0.81%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보고서는 낮은 민간 부문 투자 비중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인도의 R&D 재원 구조에서 민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6.4%로, 미국(75%), 중국(77%)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에 인도 정부는 2025년 11월 '연구개발·혁신 기금(RDIF)'을 신설해 민간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 밖에도 인도 정부는 5년간 약 1030억 루피를 투입하는 '인도 AI 미션', 7600억 루피 규모의 '인도 반도체 미션' 등 첨단산업별 맞춤형 육성책을 병행하며 기술 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보고서는 인도의 이러한 변화가 한국 기업과 정부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뱅갈루루에 반도체 R&D 센터를 신설하고 현대차·기아가 인도공과대학(IIT)과 배터리 혁신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등 국내 기업들은 이미 현지 우수 인재를 활용한 R&D 거점 확보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