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전기차(EV) 산업 육성을 목표로 세계 최대 니켈 공급국으로 부상한 가운데, 광물 자원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핵심 광물 확보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글로벌 EV 공급망에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글로벌 니켈 공급 점유율은 2020년 31.5%에서 2024년 약 60%로 급증했다.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이 원광석 수출을 금지하면서 중국 자본의 정제 투자가 급증한 결과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천연자원 불법 착취 단속을 강화하며 400만 헥타르(약 980만 에이커) 이상의 광산과 팜유 농장, 가공 시설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17억 달러(약 2조4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으며, 올해 추가로 450만 헥타르를 압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자카르타 에너지 시프트 인스티튜트의 푸트라 아디구나는 "산림이 극도로 착취됐지만 전기차 가치사슬은 결코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지배력을 바탕으로 광산부터 배터리, 완성차까지 포괄하는 완전한 국내 EV 산업을 구축하려 했다. 전문가들은 이 약속이 에너지 전환이라는 명분으로 산림 개간과 광산 확장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세계자원연구소(WRI) 분석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0년까지 인도네시아는 광산 개발로 약 37만 헥타르(약 91만4000 에이커)의 산림을 잃었다. 이 중 3분의 1 이상이 막대한 탄소를 저장하고 기후변화 제한에 중요한 원시림이었다.
미국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의 2024년 분석에 따르면 주요 니켈 생산업체들은 석탄 의존으로 2023년 약 1500만 메트릭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군대는 현지 TV 취재진과 함께 세계 최대 니켈 광산의 일부를 장악했다. 중국 금속 대기업 칭산홀딩그룹이 대부분 소유한 이 광산은 산림 파괴와 대기·수질 오염, 석탄 배출 증가를 야기했으며 지역사회를 이주시키고 주민들을 건강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라이츠 인터내셔널이 2024년 보고서에서 밝혔다.
자카르타 경제법률연구센터(CELIOS)의 비마 유디스티라는 "이 조치가 환경 보호나 산림 보호 장치 복원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상황이 나아질 보장이 없으며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 투자자들의 초기 관심을 끌었던 인도네시아의 국내 EV 산업 육성 노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7월 한국의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 첫 EV 배터리셀 공장을 열었다. 연간 15만 대 이상의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2025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 및 투자 여건을 이유로 84억 달러(약 11조9000억원) 규모의 대형 배터리 투자에서 철수했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BYD는 여전히 EV 공장을 건설 중이며, 세계 최대 EV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 CATL은 인도네시아 국영기업들과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비즈니스협의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2024년 4만3000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는 전체 자동차 판매의 약 5%에 해당한다. 2024년 기준 전국에 약 1500개의 충전소가 있어 공공 충전 인프라는 제한적이다.
에너지 시프트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가 연간 100만 대의 EV를 생산하고 니켈 함량이 높은 배터리를 선호하더라도 국내 니켈 생산량의 1% 미만을 소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EV 제조업체들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전환하면서 니켈과 코발트 수요를 줄이고 있다. LFP 배터리는 더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수명이 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전체 EV의 거의 절반이 LFP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의 국유화 추진이 공급망 일부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을 약화시켜 미국 구매자와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는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와의 장기 무역 협상에서 인도네시아가 제시할 수 있는 한 가지 양보안은 미국에 대한 원광 니켈 수출 금지 해제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진행 중인 관세 협상의 일환으로 미국에 핵심 광물 부문 투자를 초청했다. 그러나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중국기후허브의 리수오 소장은 "인도네시아가 보유한 국가 자원을 장악하려는 두 초강대국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리수오 소장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인도네시아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착오는 금물이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CELIOS의 유디스티라는 인도네시아의 토지 압수가 니켈 산업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인도네시아 기반 광산 및 가공 프로젝트에 신규 자본을 투입하기 전에 주저할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말했다.
유디스티라는 "이는 광산과 하류 가공 모두에서 니켈의 미래를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며 "불확실성은 투자자들에게 매우 큰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