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면서 아시아 정유사들이 원유 수급 차질을 우려해 정제시설 가동률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3일 블룸버그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주요 아시아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20~30%까지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르시아만에 원유를 실은 유조선 수십 척의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만 산유국에 대한 원유 의존도가 높은 중국과 일본의 국영 및 대형 정유사들이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인도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량은 주말 사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역내 분쟁이 격화하면서 급감했다. 다국적 해군 자문기구인 연합해사정보센터(JMIC)는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유로 안보 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다. JMIC는 해협의 해상 교통량이 약 80%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은 정유사들이 높은 정제마진에도 불구하고 가동률을 줄이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앤서니 위엔 씨티그룹 원자재 분석가는 "정유사들이 중동산 원유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가동률을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서양 유역의 대체 원유는 높은 운임 비용으로 인해 가격이 매우 비쌀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국영 기업인 중국해양석유(CNOOC)와 중국석유화공(Sinopec)의 해안 시설, 민간 대기업인 저장석유화학 등이 중동 분쟁에 더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소규모 독립 정유사와 달리 이들 기업은 통상적으로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 구매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유사들은 통상적으로 2~3주 분량의 원유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단기적인 공급 지연이나 차질에 대응할 여력은 있다. 페르시아만 외부에서 선적되는 중동 산유국 원유나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역내 원유, 그리고 한국, 중국, 일본의 비축유가 단기적인 대체재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