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극우 운동가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유럽 극우 단체들이 결집하고 있다. 이들의 국경을 넘는 움직임에 각국 정부는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3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지난 2월 14일 극우 운동가 캉탱 드랑크(23)가 극좌 운동가들과의 다툼 끝에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 이후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각지에서 극우 단체들이 국경을 넘어 리옹에 모여들었고, 로마, 드레스덴 등 최소 24개 도시에서 추모 집회가 열렸다.

드랑크가 사망한 지 일주일 뒤 리옹에서 열린 행진에는 약 3000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나치식 경례를 하거나 인종차별적 구호를 외쳤다. 이 자리에는 독일 정보기관이 극단주의 단체로 분류한 '독일 정체성 운동'과 이탈리아의 네오파시즘에 뿌리를 둔 '카사파운드'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 역시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극우 단체들의 참여 사실을 확인했다. 오스트리아의 유명 극우 인사인 마르틴 젤너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그의 죽음이 유럽 전역의 운동을 일깨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유럽 극우 세력의 연대가 이념 교류를 넘어 실제 행동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3년 프랑스 의회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에리크 풀리아 전 의원은 이를 "하나의 진화"라고 평가했다. 독일 아마데우 안토니오 재단의 로렌츠 블루멘탈러 분석가도 "극우파는 국제적 유대를 형성하는 데 꽤 성공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독일 내무부는 2024년 자국 내 우익 극단주의자 수를 5만520명으로 추산했으며 이는 2020년 대비 50% 증가한 수치다. 비백인 이민자와 그 후손 추방을 의미하는 '재이주'와 같은 극단적 정책은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 정당의 공식 담론으로 편입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각국 정부는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프랑스 정보당국은 드랑크의 죽음이 유럽 극우파의 결집점이 되면서 보복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극우 세력이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려는 시도를 막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유럽 국가는 극우 인사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직접적인 조치에 나섰다. 스위스와 독일은 오스트리아의 젤너의 입국을 거부했으며 영국은 네덜란드 출신 인플루언서 에바 블라딩게르브룩의 비자 면제 입국을 막았다.

리옹 집회를 주최한 인물은 2020년 지방선거에서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연합 명부로 출마했던 알리에트 에스피외로 확인됐다. 집회에 참석한 한 독일 극우 활동가는 로이터에 "유럽의 다른 활동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서로에게서 배우고 더 큰 프로젝트를 위해 협력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