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족이 강제수용소에 갇힌 상황에서도 미국을 위해 싸운 일본계 2세 미군 병사들을 기리는 순회 전시회가 미국에서 시작됐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나는 미국인: 니세이 병사의 경험'이라는 제목의 순회 전시회가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에서 개막했다. 전시회 제목은 진주만 공습 다음 날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한 일본계 미국인 상점 앞에 내걸렸던 간판 문구에서 따왔다.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 정부는 약 12만명의 일본계 주민을 '적성 외국인'으로 규정하고 정부가 운영하는 강제수용소에 감금했다. 이들 중 3분의 2는 미국 시민이었고 집과 사업체는 압류됐다. 미국 정부는 1988년에야 공식 사과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약 3만3000명의 일본계 미국인이 미군에 입대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이들은 주로 일본계로만 구성된 부대인 제442연대전투단이나 제100보병대대에 배치됐으며, 군사정보부에서 번역가로도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약 800명의 일본계 2세 병사가 전사했다.

이번 전시는 참전 용사들의 이야기를 후세에 전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장에는 유족들이 제공한 참전 용사들의 가족 사진, 기념품, 약력 등이 전시됐다. 게리 우치다 병장의 여행 가방과 조지 하라의 미 육군 신분증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리하치 마예와키가 아칸소주 제롬 수용소에 수감 중 나무 조각으로 만든 메모꽂이는 세 아들의 참전을 상징한다. 메모꽂이에는 아들 한 명을 의미하는 별이 세 개 그려져 있으며, 하단에는 인내를 뜻하는 일본어 '닌타이(nintai)'가 새겨져 있다.

전시 공동 큐레이터인 크리스틴 사토야마자키 국가재향군인네트워크 전무이사는 "병사들은 자신들이 다른 이들과 똑같은 애국적인 미국인임을 증명하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회는 하와이 출신의 로버트 구로다 하사의 사연도 조명한다. 그는 일본계라는 이유로 고향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국가를 위해 싸우면 더 이상 차별받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입대했다. 1944년 10월 20일 프랑스 브뤼에르 해방 작전 중 적의 기관총 진지 2곳을 파괴했으나, 저격수의 총에 맞아 21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그는 사후 미군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았다. 전시회에는 그의 명예훈장과 함께 고등학교 졸업반지가 전시됐다. 이 반지는 2021년 프랑스의 한 아마추어 금속탐지 전문가가 브뤼에르 인근 숲에서 발견해 유족에게 돌려주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국가재향군인네트워크, 미 육군 국립박물관, 육군역사재단이 주최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8월까지 열린 뒤 호놀룰루, 로스앤젤레스 등 10개 도시를 순회하며 5년간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