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증시 상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증권사 분석 인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정보 부족 속에서 '깜깜이 투자'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간) 자체 집계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1년간 홍콩 증시에 상장된 AI 관련 기업 27곳 중 약 80%를 애널리스트 3명 미만이 담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장 후 주가가 60% 이상 급등한 비런 테크놀로지, 위라이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신생 칩 설계 및 거대언어모델(LLM) 기업 대부분이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첫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분석 보고서가 부족해 투자자들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위니 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아시아태평양 주식 전략 책임자는 "투자 관점에서 상황이 훨씬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산업과 경영진, 지배구조, 재무 건전성에 대한 깊은 분석이 필요한데 이는 매우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본토 증시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초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뒤 주가가 400% 넘게 폭등한 무어 스레드 테크놀로지는 담당 애널리스트가 전무하다. 같은 달 상장 첫날 693%의 기록적인 주가 상승률을 보인 메타엑스도 애널리스트가 2명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 시장과 대조적이다. 무어 스레드 공모액의 절반 수준(6억2900만달러)을 조달한 요크 스페이스 시스템스는 현재 10명의 애널리스트가 분석을 맡고 있다.
다만 최근 일부 대형주를 중심으로 분석이 시작될 조짐도 보인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주가가 60% 이상 오른 미니맥스와 지푸AI(Zhipu AI)에 대한 분석을 개시했다. JP모건은 이들이 2030년까지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며 '매수' 의견을 냈지만, 골드만삭스는 2035년 이익률 추정치를 기반으로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미니맥스는 최근 상장 후 첫 실적을 발표했다. 2023년 매출은 159% 급증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순손실은 18억7000만달러(약 2조6928억원)로 전년 4억6520만달러보다 크게 늘어났다.
월스트리트가 이처럼 선별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지난 몇 년간 중국 시장 침체기에 인력을 감축해 자원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모닝스타의 한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제조업체에서 반도체 기업으로 담당 분야를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현상이 처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2000년대 홍콩에 상장한 중국 소비재 기업들도 초기에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스포츠웨어 제조업체 리닝은 2004년 상장 후 9개월간 주가가 56% 올랐지만 담당 애널리스트는 2명 미만이었다.
헤럴드 판데어린데 HSBC 아시아태평양 주식 전략 책임자는 "손실을 내는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태도는 유동성에 따라 변한다"며 "수많은 경쟁사 속에서 진정한 선두 기업을 가려내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