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칩의 전력 효율을 대폭 개선하는 기술을 개발한 미국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반도체 스타트업 에이어랩스(Ayar Labs)는 5억달러(약 72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 유치로 에이어랩스의 기업가치는 38억달러(약 5조4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시리즈 E 펀딩 라운드에는 뉴버거 버먼, 미디어텍, 카타르 투자청 등이 참여했다. 에이어랩스는 이미 AI 칩 시장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와 AMD로부터 투자를 받은 바 있다.

10년 전 설립된 에이어랩스는 '실리콘 포토닉스'라는 첨단 기술을 연구해왔다. 이는 반도체 칩 사이를 연결하는 기존 구리선을 광섬유로 대체하는 기술이다. 전자가 아닌 빛(광자)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해 속도를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AI 기술이 대규모 언어 모델 훈련 단계를 넘어 챗봇, AI 에이전트 등 실제 서비스를 구동하는 '추론'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는 칩의 효율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마크 웨이드 에이어랩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AI의 가장 큰 하드웨어 병목 현상을 해결하고 있다"며 "2020년대나 2030년대에 구리 연결 방식이 컴퓨팅 생산성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예측해왔다"고 말했다.

에이어랩스는 자사의 광연결 칩이 구리선을 사용하는 칩에 비해 AI 프로세서에 사용되는 와트당 컴퓨팅 처리량을 4배에서 최대 20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투자사 뉴버거 버먼의 게이브 케이힐 상무는 "구리는 통과하는 전자가 많아질수록 신호의 충실도를 잃기 시작한다"며 "빛을 사용하는 것은 단계적인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에이어랩스가 가까운 미래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경이로운 기회'를 맞았다고 덧붙였다.

에이어랩스 이사회에 속한 팻 겔싱어 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3년 전 인텔 재직 시절 실리콘 포토닉스 연구 부서를 만들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나는 '구리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20년은 너무 일렀다"며 "에이어랩스가 열 문제, 정밀 제조 문제 등을 모두 해결하고 대량 생산 준비를 마쳤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이날 별도로 AI 칩용 첨단 광연결 기술을 개발하는 다른 두 기업인 코히런트와 루멘텀에 각각 20억달러(약 2조88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이 투자가 "엔비디아가 더 빠른 AI 프로세서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칩을 광학 기술로 강화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