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참모들이 8년간 도널드 트럼프를 '사라지지 않는 광대'로 치부하며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심각하게 오판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5일(현지시간) 공개된 오바마 행정부 구술사 프로젝트에 따르면 오바마의 참모들은 트럼프에 대한 조롱과 무시, 각종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그가 정치 무대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행정부 관계자 450명과의 인터뷰를 담은 이번 구술사에서 오바마의 참모들은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는 유권자 환경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데이비드 시마스 당시 백악관 정치국장은 2016년 10월 트럼프의 '액세스 할리우드' 녹음 파일이 공개됐을 때를 회상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며 "그는 끝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투표일 전날까지도 시마스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우세를 확신했다. 클린턴의 격차가 3%포인트로 좁혀졌지만 "그녀는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306대 232로 클린턴을 누르고 승리했다. 대중투표에서는 패했지만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조시 어니스트 전 백악관 대변인은 "많은 사람이 그가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후보 자격, 그의 존재 자체, 그가 옹호한 모든 것, 그의 행동 방식, 수사법, 캠프 전술 등 모든 것이 오바마 선거운동과 오바마 시대, 오바마 행정부가 추구했던 모든 것과 정반대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450명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참모들은 트럼프가 행정부의 주요 성과인 경제 위기 구제, 자동차 산업 구제금융, 국가 의료보험, 기후변화 규제 등을 부정했다고 평가했다.

많은 참모가 미국인들이 뉴스를 접하는 방식, 정당 정치, 소셜미디어 활용법 등에 대한 학습 곡선을 올라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이를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1년 4월은 트럼프의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힌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트럼프는 오바마가 하와이가 아닌 외국에서 태어났다는 거짓 음모론을 부추기고 있었다. 이는 오바마가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주장으로 그의 인종과 관련된 문제였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당시 오바마 선임보좌관은 "오바마는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은데 이런 것은 어리석고 품위를 떨어뜨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결국 그렇게 해야 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4월 27일 자신이 하와이에서 태어났음을 보여주는 출생증명서 원본을 공개했다.

낸시앤 드파를 전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은 "당시 이것은 실수라고 생각했다"며 "터무니없고 불필요하며 그런 질문에 품위를 부여하는 것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연설문 작성가 존 패브로에게는 며칠 후 열릴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연설문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였다. 트럼프가 만찬에 참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패브로는 "나는 그가 하는 일이 인종차별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이것은 오바마에게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해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할리우드 감독이자 작가인 저드 애퍼타우와 전화로 농담을 만드는 마라톤을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잠깐이라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만찬에서 "마할로!"라고 밝게 인사를 시작하며 폭스뉴스를 겨냥해 가짜 출생 비디오를 틀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가 오늘 밤 여기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리에서 인상을 찌푸렸다.

오바마는 "우리 모두 당신의 자격과 경험의 폭에 대해 알고 있다"며 트럼프의 리얼리티 쇼를 언급하며 조롱했다. 워싱턴 유명인사들은 킥킥거렸다.

그는 쇼에서 누구를 해고할지 결정하는 것이 "나를 밤새 깨어있게 할 결정의 종류"라고 비꼬았다.

다음 날 오바마는 파키스탄에서 미국 특수부대가 9·11 테러 주모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그 주 초 대부분의 측근 참모들도 모르게 작전을 승인했고 트럼프를 조롱하면서도 이를 알고 있었다.

액설로드는 "어떤 면에서 그것은 대통령에게 카타르시스였다"고 말했다.

그는 만찬 초반 트럼프의 테이블을 지나가다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며 "그것을 듣고 키득거렸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