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대표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하고 모든 연방 기관에 거래 중단을 지시하는 등 전면적인 압박에 나섰다.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 범위를 둘러싼 양측의 시각차가 결국 정면충돌로 이어진 것이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 앤스로픽 경영진을 "좌익 괴짜"라고 비난하며 모든 연방 기관에 협력 중단을 지시했다. 이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했다. 이 조치는 미국 기업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 시 앤스로픽은 록히드마틴, 아마존 등 다른 정부 계약업체와의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 범위에 대한 이견이다. 미 국방부는 '모든 합법적 사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반면, 앤스로픽은 자율 살상 무기나 대규모 민간인 감시 등에는 기술이 사용될 수 없다는 '레드 라인'을 고수하고 있다. 전 국방부 관리였던 마이클 호로위츠는 이를 "정책 분쟁으로 위장한 분위기와 성격의 싸움"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앤스로픽과의 거래 중단을 지시하기 직전 승인한 이란 공습 작전 계획에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클로드는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에도 역할을 했으며, 워게임과 임무 계획 수립 등에도 사용해 왔다.

앤스로픽은 창립 초기부터 AI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가드레일'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해 온 기업이다. 올해 초에는 AI를 이용한 생물학 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비기밀 시스템에서 '병원체'(pathogen)라는 단어 사용을 금지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직원들이 업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앤스로픽과 국방부의 갈등이 깊어지는 사이 경쟁사들은 기회를 잡고 있다. 과거 앤스로픽이 독점했던 국방부 기밀 시스템 내 AI 모델 사용 승인을 최근 오픈AI와 일론 머스크의 xAI가 획득했다. 특히 오픈AI는 정부와의 관계를 다지고 있다. 오픈AI는 앤스로픽이 거부했던 국방부의 사용 정책을 수용하면서도 안전장치를 포함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양측의 갈등은 국방부가 AI 기업과의 계약 변경을 추진하면서 본격화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24일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국방물자생산법 발동까지 위협하며 합의를 압박했으나, 최종 협상은 결렬됐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 부국장을 지낸 나브테즈 딜런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식 수법으로 미국 기업을 강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와의 갈등이 알려진 후 앤스로픽의 클로드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는 등 대중적 인기는 오히려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