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전용기에서 마사지를 받았다고 의회에서 증언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엡스타인과의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 감독위원회는 클린턴 부부가 9시간에 걸쳐 증언한 영상을 공개했다. 위원회는 지난주 뉴욕 자택 인근에서 이틀간 부부를 조사했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의회 위원회에 소환돼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은 증언 내내 엡스타인을 만난 적이 없으며 그의 범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그는 엡스타인의 섬이나 자택, 사무실 등을 방문한 적이 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단 하나의 증거라도 있다면 제시하라. 나는 그의 섬에 가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로런 보버트 공화당 하원의원이 10년 전 음모론인 '피자게이트'를 언급하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힐러리 전 장관은 "피자게이트는 완전히 조작된 것"이라며 "정신 나간 젊은이가 돌격소총을 들고 피자 가게에 나타나 총을 쏘게 만든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낸시 메이스 공화당 하원의원과의 설전도 벌어졌다. 메이스 의원이 엡스타인 파일에 포함된 이메일을 근거로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과의 관계를 추궁하자 두 사람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해당 이메일에는 루트닉 장관이 엡스타인을 힐러리 대선 캠페인 모금 행사에 초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증언에서 2002년 아프리카 순방 당시 엡스타인의 전용기에서 젊은 여성에게 목과 등 마사지를 받았다고 시인했다. 그는 2008년에야 엡스타인의 범죄에 대해 알게 됐으며 그와 함께 있을 때 여성을 인신매매한다는 사실을 알아챌 만한 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소개로 2001년 또는 2002년쯤 엡스타인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엡스타인이 자신의 '거대한 비행기'를 이용해 클린턴 재단 활동을 위한 해외 순방을 돕겠다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2년 또는 2003년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나눈 대화도 회상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엡스타인과 친했지만 부동산 거래로 사이가 틀어졌다며 "그렇게 된 것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엡스타인 수사 파일에서 발견된 온수 욕조 사진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사진이 브루나이의 한 호텔에서 찍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적인 행위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는 "5분 정도 온수 욕조에 있다가 일어나 잠자리에 들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