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 스타트업이 배양된 인간 뇌세포에 고전 비디오 게임 '둠'(Doom)을 플레이하도록 가르치는 데 성공했다.
3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전문매체 디크립트에 따르면 호주 멜버른에 본사를 둔 코티컬 랩스(Cortical Labs)는 살아있는 인간 뉴런(신경세포)을 게임 소프트웨어에 연결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과정은 지난주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연구진은 'CL1'이라는 장치 안에 약 20만개의 살아있는 인간 뉴런을 다중 전극 배열 위에 배양했다. 이 장치는 게임플레이를 전기 신호로 변환해 뉴런에 전달하고, 뉴런의 활동을 다시 게임 내 조작(이동, 반응, 발사 등)으로 번역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보상 피드백 시스템으로 뉴런을 학습시켰다. 적을 정확히 조준하면 작은 보상을, 제거하면 더 큰 보상을 전기 신호 형태로 제공해 특정 행동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알론 로플러 코티컬 랩스 연구원은 "2021년에는 뉴런으로 게임 '퐁'을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당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그래서 둠도 실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고 실험 배경을 설명했다.
1993년 출시된 1인칭 슈팅 게임 '둠'은 1997년 소스 코드가 공개된 이후 개발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시스템의 성능을 시험하는 일종의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박테리아, 임신 테스트기, 로봇 잔디깎이 등 다양한 플랫폼에 '둠'을 이식하는 도전이 이어져 왔다.
연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게임 정보를 뉴런에 보내는 전기 신호로 부호화하는 방식을 개선했다. 로플러는 "세포가 입력을 학습하고, AI는 우리가 원하는 행동을 세포가 하도록 입력을 개선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뉴런이 게임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입력 신호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플러는 "이 시스템은 자신이 둠을 플레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며 "전기 신호를 받고 반응을 내보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인간 유래 세포를 사용했지만 인간의 인지 과정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 세포라고 해서 배양 접시 위 인간은 아니다"라며 "고통 수용체나 고차원적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환경에 대한 적응성과 학습 능력을 볼 수 있으며, 이는 뉴런 고유의 적응 능력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