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둘러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아시아 은행들의 걸프 지역 대출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시아와 중국계 은행들은 지난해 걸프 지역에 150억달러(약 21조6000억원)가 넘는 대출을 실행했다. 이는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다. 자금 대부분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로 유입됐다.
그러나 이란 사태가 격화하면서 이들 대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외국 자본에 크게 의존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2조달러 규모 경제 개혁과 UAE의 인프라 확충 사업에도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는 요인이다.
현재 대부분의 아시아 은행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걸프 지역 차입자와의 신규 거래를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중동 지역 위험 노출 한도에 대한 재평가도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UAE 최대 국영석유회사인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는 최대 20억달러(약 2조8800억원) 조달이 가능했던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 계획을 중단했다. 또한 최근 중국 투자자들로부터 수십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추진하던 한 걸프 금융기관의 거래도 당분간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나티시스(Natixis SA)의 게리 응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상황이 얼마나 악화될지에 따라 모든 것이 달려있다"며 "분쟁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면 은행들이 전면 철수하기보다는 위험 노출을 관리하고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의 긴장 고조는 이미 아시아 금융시장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투자자들은 달러나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주식 시장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우량 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는 이날 약 4bp(1bp=0.01%포인트) 상승해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중동 지역에 대한 자본 노출도가 큰 중국이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