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걸프 지역의 양대 강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간 갈등이 표면화되며 역내 정치 지형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사우디 외교부는 지난 12월 발표한 성명에서 UAE를 '형제 국가'라는 뜻의 아랍어 '샤키카'로 네 차례 지칭했다. 하지만 이 우호적 수사와 달리 성명의 실제 내용은 격렬했다.
사우디는 예멘에서 UAE가 운송 중이던 무기를 폭격했으며, UAE가 자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외교가들이 사용하는 완곡한 언어, 특히 예의와 존칭이 발달한 아랍어 화법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행동이었다.
이번 무력 충돌은 걸프협력회의(GCC) 핵심 회원국 간 균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사우디와 UAE는 그동안 예멘 내전, 카타르 봉쇄, 이란 견제 등 주요 외교 현안에서 보조를 맞춰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국은 예멘 내 영향력 확대, 에너지 정책, 지역 주도권 경쟁 등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갈등이 일회성 충돌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중동 전역의 정치·경제 역학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양국 모두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 회원국이자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핵심 공급국이라는 점에서, 이들 간 갈등은 국제 유가와 에너지 안보에도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양국은 모두 미국의 주요 안보 동맹국이면서도 최근 몇 년간 독자 노선을 강화해왔다. 이에 따라 미국의 중동 정책에도 새로운 도전 요인이 될 전망이다.
앞서 사우디와 UAE는 2017년 카타르 단교 사태 때 공동 전선을 구축했으나, 2021년 사우디가 카타르와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양국 간 미묘한 온도차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UAE는 최근 이란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등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어, 이란 강경책을 고수하는 사우디와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