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응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 전례 없는 위기가 발생했다.

3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전문 매체 비인크립토(BeInCrypto)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이스라엘의 아야톨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살에 대한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고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에 발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다.

해협 봉쇄 조치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 수송로의 통행이 사실상 마비됐다. 주요 해운사와 보험사들이 해당 해협의 운항을 중단했으며 보험사들은 전쟁 위험 보험 적용을 철회했다. 이로 인해 이란과 중국 국적의 일부 선박을 제외한 상업용 선박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고 데이터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는 확인했다.

봉쇄 소식이 전해지자 에너지 운송 비용은 치솟았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중동에서 중국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초대형 유조선의 하루 용선 비용은 3일 기준 42만3000달러(약 6억912만원)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주 금요일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한 사상 최고치다.

이번 사태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84%, 액화천연가스(LNG)의 83%가 아시아 시장으로 향했다. 특히 중국, 인도, 일본, 한국 4개국이 해협 원유 물동량의 약 75%를 차지한다.

에너지 싱크탱크 제로 카본 애널리틱스는 일본이 6.4점으로 가장 취약하며 한국(5.3점)과 인도(4.9점)가 그 뒤를 잇는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전체 에너지의 87%를, 한국은 81%를 수입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하자 일본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고 한국 국무총리는 범정부 차원의 긴급 대응을 지시했다. 양국은 상당한 규모의 석유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어 단기적인 충격은 흡수할 수 있다. 일본은 약 254일분, 한국은 210일분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다.

그러나 액화천연가스(LNG) 재고 상황은 다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일본은 지하 가스 저장 시설이 없고 터미널 저장 용량은 한 달 남짓 소비량에 불과하다. 한국 역시 LNG 부문에서 비슷한 취약점을 안고 있다.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석유보다 가스 부족이 전력 생산 등에 더 즉각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국제유가는 이미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3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약 9% 상승한 배럴당 78달러 선에서 마감했다. 분석가들은 봉쇄가 단기에 그칠 경우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후반대를 기록하겠지만 장기화될 경우 100~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파이프라인 등 우회 수송로가 있지만 수송 가능 용량은 해협 전체 물동량의 20% 미만에 불과하다고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이스타드(Rystad)는 분석했다. IEA 회원국의 전략비축유 방출도 가능하지만 이들 국가의 수요는 전 세계의 절반에 미치지 못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