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이 격화하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 엔화와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고,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이 주변국으로 확산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졌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공격에 대응해 레바논을 공격했으며 이란은 걸프 국가들에 대한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이어갔다. 특히 카타르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을 중단하면서 에너지 공급망 우려가 커졌다. 중동 전역의 석유 및 가스 시설이 예방적 차원에서 가동을 멈추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 우려는 에너지 순수출국인 미국과 달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일본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내셔널호주은행(NAB)의 로드리고 카트릴 통화 전략가는 "역사적으로 엔화나 유로화 같은 통화는 에너지 위기 시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전날 1% 넘게 하락한 뒤 달러 대비 0.07% 소폭 오른 1.1695달러에 거래됐다. 엔화 가치는 전날 0.8% 급락한 데 이어 달러당 157.2엔을 기록했다. 반면 안전자산 수요가 몰린 달러는 강세를 나타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 0.9% 급등한 98.49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엔화 방어에 나섰다. 카타야마 사츠키 일본 재무상은 "극도로 강한 긴박감을 갖고 금융시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해외 금융 당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연설에서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달러 강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을 받았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을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의 다음 금리 인하 시점을 기존 7월에서 9월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주요국 통화도 변동성을 보였다. 스위스국립은행은 중동 분쟁으로 스위스 프랑 가치가 유로 대비 1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외환시장 개입 의지를 내비쳤다. 영국 파운드화는 1.3407달러로 큰 변동이 없었으며, 호주 달러와 뉴질랜드 달러는 각각 0.21%, 0.1% 상승했다.

한편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0.78% 하락한 6만8889.68달러, 이더리움은 0.6% 내린 2031.20달러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