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대표 지수인 S&P 500은 연초 이후 거의 변동이 없지만 개별 종목들은 극심한 등락을 겪고 있다. 지수와 종목 간 수익률 격차는 1994년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들어 S&P 500 지수는 1% 미만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비교적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개별 종목 수준에서는 극심한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18% 하락해 시가총액이 5000억달러(약 720조원) 이상 증발했다. 소프트웨어 업체 인튜이트는 37% 급락했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 샌디스크 주가는 거의 3배 급등했고, 데이터센터 관련주로 부상한 부동산 회사 텍사스 퍼시픽 랜드는 85% 치솟았다.

WSJ는 바클레이즈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S&P 500 지수의 거래 범위가 2.7%에 불과했지만, 지수에 포함된 개별 기업의 평균 주가 변동폭은 그 7배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수익률 격차는 최소 1994년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투자자들은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인 반도체 제조업체 주식에 계속 몰리고 있다. 그러나 대형 기술주들은 상승 동력을 잃었다. AI가 가져올 파괴적 변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은 에너지, 소재 등 그동안 소외됐던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야누스 핸더슨 인베스터스의 조나단 코프스키 기술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가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비선형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어 투자자들이 이것이 여러 주식에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부문이 우려의 중심에 있다. 앤트로픽, 오픈AI 등이 복잡한 소프트웨어 구축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내놓자 투자자들은 '일단 팔고 보자'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다. AI로 인한 혼란에 대한 우려는 소프트웨어를 넘어 보험, 자산운용 업계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개별 종목 분산 수준이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붕괴로 이어진 주식시장 호황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클레이즈의 스테파노 파스칼레 전략가는 "분산은 혁신이 빠른 시기의 특징"이라면서도 "당시 밸류에이션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며 현재 증시가 대규모 손실을 볼 상황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변동성은 일부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주지만, 벤치마크 지수를 능가하려는 '종목 선별가'(stock picker)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해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제이미 콕스 매니징 파트너는 "소프트웨어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몇 년 만에 찾아온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기회에는 위험과 불안이 따른다. 번스타인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의 알렉스 샬로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고객들로부터 '오랫동안 보유해온 우량주를 이제 팔아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시장의 불안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