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주가 학교 내 심장 응급 상황에 대비한 대응 계획을 의무화했지만, 정작 이를 실행할 예산은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현지 매체 브리지 미시간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밀리 오르타는 14살이던 지난 2013년 축구 연습 중 심장이 멈췄다. 선천적 희귀 심장 결함인 ALCAPA를 앓고 있었지만 본인도 가족도 몰랐다. 그는 "코치들이 즉시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하고 누군가 근처 건물에서 자동심장충격기(AED)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오늘 여기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시간주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녀처럼 운이 좋지 않을 수 있다. 2024년 주 법률은 학교들이 현 학년도에 심장 응급 대응 계획을 채택하도록 요구했지만, 주 의회가 '충분한 자금'을 배정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3억2100만 달러 규모의 현 주정부 교육예산 내 학교 안전 기금에는 관련 예산이 포함되지 않았다. 상원이 제안한 "방문자 관리 프로그램, 경보 시스템, AED 장비"를 위한 2500만 달러 예산안은 하원에서 삭제됐고 최종 예산에 포함되지 못했다.

켄 콜먼 미시간주 교육부 대변인은 "주 정부의 구체적 예산 배정이 없었다"며 "법률은 지정된 예산이 없을 경우 학군이 계획을 이행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한다"고 전했다.

미시간주 약 5000개 공립 및 사립학교 중 주 정부의 'HeartSafe' 인증을 받은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미시간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965개 학교만이 이 인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4~2025 학년도에 202개교가 처음 인증을 받았다.

미시간대학교 C.S. 모트 아동병원 선천성 심장센터의 '프로젝트 ADAM'에서 학교들의 심장 응급 대비를 지원하는 그웬 포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도 "많은 학교가 예산 없이도 올바른 일을 하고 있거나 대체 재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심장마비는 드물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1만5000~2만3000건의 소아 병원 밖 심정지 사례가 발생한다. 미시간주는 2024년 아동과 성인을 합쳐 8632건의 비외상성 병원 밖 심정지를 기록했다고 심정지 등록 시스템(CARES)이 보고했다.

CPR과 AED 사용이 1초 지연될 때마다 생명이 위험해진다. 미시간주의 심정지 생존율은 응급의료진이 대응했을 때 9%에 불과했지만, 환자가 전기충격 가능한 심장 리듬을 보이고 주변인이 즉시 도움을 제공하면 생존 확률이 3배 높아졌다.

프렘찬드 앤 디트로이트 헨리포드 세인트존 아동병원 소아심장과 과장은 "학교에 훈련받은 인력과 AED를 갖추는 것이 훨씬 높은 생존율을 달성하는 데 결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2024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NFL 드래프트 기간 중 학교 심장 응급 대응 계획을 보장하는 법안에 서명하며 "상식적인 입법"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미국심장협회(AHA) 미시간지부의 아만다 클라인 정부관계 국장은 "학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수많은 항목이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휘트머 주지사의 880억 달러 규모 예산안에 심장 응급 대응 계획 관련 예산이 명시되지 않은 것에 "실망했다"면서도 주 의원들을 계속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라인은 AHA가 학교들이 AED를 구매하고 훈련을 실시할 수 있도록 일회성 600만 달러 예산 배정이 필요하다고 산정했다고 전했다. 개당 1400~3500달러인 AED 장비 구매, 직원 훈련, 지역 응급 기관과의 계획 이행, 학교 훈련 등에 드는 비용이 "경쟁 우선순위" 때문에 배제됐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ADAM에 따르면 지난해 미시간주 학교에서 7건의 심장 응급 사고가 보고됐고, 그중 6건에서 개입을 통해 생명을 구했다.

포시는 "미시간주 학교에서 화재로 사망한 마지막 사례는 1927년"이라며 "학교에서 심정지로 사망한 마지막 사례는 몇 달 전"이라고 지적했다.

미시간대학교 C.S. 모트 아동병원의 전국 아동건강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모 중 절반만이 자녀 학교에 AED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조사 공동책임자인 새라 클라크는 "급성 심정지에서는 신속한 행동이 모든 것"이라며 "인식이 이렇게 부족하면 사람들이 행동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디트로이트 미시간 아동병원의 스와티 세갈 소아심부전·심근병증·심장이식 의료책임자는 부정맥과 비대성 심근병증이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한 흉통, 비정상적으로 빠른 심장 박동, 운동 중 원인 불명의 실신 등의 증상은 의료 전문가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심장학회와 미국 예방서비스 태스크포스는 비용 부담과 시스템 제약을 이유로 보편적 심전도 검사를 권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일본 같은 국가들은 청소년 심장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있으며, 일부 주에서는 학생 선수들에게 경기 전 심전도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앤아버 트리니티헬스 심장장치클리닉의 모하마드알리 자자예리 의료책임자는 "심정지 시 생명 구조 치료 없이 1분이 지날 때마다 사망 가능성이 약 7~10% 증가한다"며 "개인의 책임도 있지만 집단의 책임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