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주 민주당 웨스 무어 주지사가 5일(현지시간)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과의 협력 협정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번 법 발효로 메릴랜드주에서 18년간 운영되어 온 연방 이민단속 협력 프로그램이 즉각 중단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이민단속 정책에 대한 민주당 주정부들의 저항이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이 장악한 10개 주가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이민단속 프로그램인 '287(g)'와의 협력을 금지하는 주 차원 정책을 시행 중이다.

뉴멕시코주는 이달 초 유사한 법안에 서명했다. 메인주는 지난달 관련 법이 발효됐다. 뉴욕주 캐시 호컬 주지사도 지역 경찰의 ICE 특별권한 부여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버지니아주 애비게일 스팬버거 주지사는 최근 공화당 전임 주지사가 체결한 주 차원 ICE 협정을 종료했다.

287(g) 프로그램은 1996년 제정된 이민법 287조 g항에 근거해 지역 경찰에 연방 이민단속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 수십 년 된 이 프로그램을 부활시켰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이미 구금된 이민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됐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거리에서의 체포까지 포함하도록 확대했다.

프로그램 참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트럼프 취임 전 20개 주 135개 협정에서 현재 41개 주와 준주 1400개 이상 협정으로 늘어났다.

약 800개 기관이 가장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태스크포스 협정을 체결했다. ICE는 인센티브로 태스크포스 협정 체결 기관에 신규 차량 구입비 10만 달러(약 1억4500만원)를 제공한다. 훈련받은 태스크포스 요원 1명당 급여와 복지 혜택, 장비비 7500달러(약 1090만원)도 지원한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아칸소, 플로리다, 조지아, 텍사스주는 지역 교도소의 프로그램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들 주가 전체 287(g) 협정의 절반을 차지한다.

메릴랜드주 프레더릭 카운티의 공화당 소속 찰스 젠킨스 보안관은 강하게 반발했다. 젠킨스 보안관은 "이 법안에 극도로 실망했다"며 "실제로 여러 면에서 대중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더릭 카운티 교도소는 지난 18년간 수감자들에게 두 가지 표준 질문을 해왔다. "어느 나라 시민인가?"와 "어디서 태어났는가?"였다.

답변이 미국이 아닌 경우 특별 연방 권한을 부여받은 지역 경찰관들이 불법 체류 여부를 조사했다. 젠킨스 보안관에 따르면 2008년 이후 프레더릭 카운티는 1884명을 ICE에 넘겼다.

공화당 보안관이 있는 메릴랜드주 9개 카운티가 ICE와 협력 협정을 맺고 있다. 이들 협정은 새 법에 따라 종료되어야 한다.

하퍼드 카운티 제프리 갈러 보안관은 "더 많은 이민단속이 벌어질 것"이라며 "우리 프로그램이 불법 체류자를 식별하는 가장 안전하고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기관은 지난 9년간 약 430명의 수감자를 ICE에 넘겼다.

국토안보부는 새 법이 "메릴랜드를 덜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며 자체 업무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성명에서 "정치인들이 지역 경찰의 국토안보부 협력을 막으면 우리 법 집행관들이 더 가시적으로 존재해야 한다"며 "교도소에서 풀려나 지역사회로 돌아간 범죄자들을 찾아 체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 주 의회는 시민권 보호를 강조했다. 8살 때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이민 온 조슬린 페냐멜닉 메릴랜드주 하원의장은 "메릴랜드가 시민권을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공감을 중시한다"며 "사람들의 기여, 헌법, 시민권을 중시하고 지지하며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무어 주지사는 기자들에게 "트럼프-밴스 ICE 조직이 적절한 책임 조치 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이 조직에 대한 책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P통신-NORC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10명 중 6명은 트럼프가 연방 이민단속 요원을 미국 도시에 파견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답했다. 무소속 유권자들이 그의 전술에 점점 더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단체 미국이민위원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의 나이나 굽타 정책국장은 "트럼프의 이민단속에 대한 대중의 반발 증가가 특히 민주당 성향 주에서 정치적 압박과 정치적 기회를 만들어 메릴랜드 같은 법안 통과를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버지니아주 상원은 5일 287(g) 협정에 엄격한 제한을 두는 법안을 정당 노선에 따라 통과시켰다. 법안은 여전히 하원을 통과해야 한다.

민주당 사담 아즐란 살림 버지니아주 상원의원은 "연방 요원이 자신이나 가족을 도망쳐 온 나라, 또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라로 보낼까 두려움 속에 살고 있는 수천 명의 남녀와 어린이들에게 위안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뉴멕시코주 의회도 미네소타에서의 강력한 이민단속 활동을 ICE와의 협력 제한 이유로 꼽았다. 뉴멕시코주 법안은 ICE 구금시설에 대한 주 및 지방정부 계약을 금지하고 지역 경찰이 연방 이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협정을 금지한다.

텍사스주 아마릴로에서 남서쪽으로 약 161km 떨어진 농촌 지역 커리 카운티는 뉴멕시코주에서 유일하게 287(g) 협정을 맺은 관할구역이다.

마이클 브로켓 보안관은 이 협정이 "우리 지역사회 거리와 동네에서 석방된 수감자를 찾는 연방 요원 대신" 사람들을 ICE 구금시설로 안전하게 이송하는 방법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지난해 서명한 대규모 감세법은 이민단속 자금 1500억 달러(약 217조원)를 배정했다. 여기에는 ICE 요원 1만 명 채용을 위한 460억 달러(약 66조7000억원) 이상과 이민자 구금시설 확장을 위한 450억 달러(약 65조2500억원)가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