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과 핵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세계 석유 수송의 핵심 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실탄 군사훈련을 이유로 일시 폐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17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미국과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간접 협상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실탄 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공식 발표한 것은 미국이 이란을 위협하며 역내에 군함을 파견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이란 국영매체는 이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향해 실탄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해상 안전을 이유로" 해협을 수 시간 동안 폐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가까운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란 내부와 해안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호르무즈 해협의 표적을 명중시켰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번 군사 훈련은 이란이 최근 몇 주 동안 호르무즈 해협에서 실시한 두 번째 실탄 훈련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16일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 오만만에서 군사훈련을 시작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에 최소한 간접적으로라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합의에 도달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합의에 실패할 경우의 결과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기 위해 무력 사용을 반복적으로 위협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세계 최대 항공모함인 USS 제럴드 R. 포드함이 카리브해에서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가 처음 보도한 포드함의 새 배치는 미국이 역내에 집결시킨 다른 군함 및 군사 자산에 합류하기 위한 것이다.

포드함은 USS 에이브러햄 링컨함과 유도미사일 구축함으로 구성된 호위함대에 합류할 예정이다. 링컨함은 2주 이상 역내에 배치돼 있다. 미군은 지난주 링컨함에 접근한 이란 무인기를 격추했다. 같은 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국적 선박을 저지하려 시도했다.

이란 국영 TV는 이날 미국과의 협상이 3시간 가까이 진행된 뒤 종료됐다고 보도했다. 협상은 제네바 주재 오만 특사 공관에서 열렸으며 양측은 중재자들과 각각 따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측 협상단을 이끄는 압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공정하고 공평한 합의를 위한 실질적 아이디어를 갖고 제네바에 왔다"고 X에 밝혔다. 그는 "협상 테이블에 없는 것은 위협에 대한 굴복"이라고 덧붙였다.

아라그치 장관은 16일 제네바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과 회동했다. IAEA 관계자는 그로시 사무총장이 양측의 요청이 있을 경우 기술 자문을 제공하기 위해 제네바에 체류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제러드 쿠슈너도 새 협상을 위해 제네바로 향했다. 지난 2월 6일 첫 협상은 오만에서 간접 방식으로 열렸다.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미국의 중동 군사력 증강에 대해 경고 수위를 높였다. 하메네이는 이란 국영 TV를 통해 "물론 군함은 위험한 장비지만 군함을 바다 깊숙이 침몰시킬 수 있는 무기가 군함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을 향해 "협상 결과를 미리 강요하는 것은 잘못되고 어리석은 일"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란은 수개월간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지난 6월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12일간 전쟁을 벌이면서 협상이 즉각 중단됐다. 미국은 당시 전쟁 중 이란 핵시설을 폭격해 무기급에 가까운 순도로 우라늄을 농축하던 원심분리기 다수를 파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했으며 탄도미사일 무기고도 타격했다.

이란은 6월 전쟁 이전 우라늄을 60% 순도까지 농축해왔다. 이는 무기급 수준에서 기술적으로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은 지금까지 우라늄 농축 중단이나 고농축 우라늄 공급 중단 요구에 저항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고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합의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 소재 인권활동가뉴스기구(HRANA)는 지난달 8~9일 밤 유혈 진압 등으로 최소 701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테헤란 그랜드 모살라 모스크에서 40일 추모식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