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의회가 16일(현지시간) 의원연금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2022년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은 후 정치인 특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반영된 결과다.

225명으로 구성된 스리랑카 의회는 이날 찬성 154표, 반대 2표로 의원연금 폐지 법안을 가결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나머지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새 법안은 현재 연금을 받고 있거나 받을 자격이 있는 모든 의원에 대한 연금 지급을 중단한다. 스리랑카에서는 기존에 의원이 5년 임기를 마치면 연금을 받을 자격이 주어졌다.

2024년 당선된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중 의원연금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마르크스주의 성향의 그의 정부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 이번 법안 통과로 선거 공약을 이행했다.

하르샤나 나나야카라 법무장관은 의회에서 법안을 제출하며 "선거 공약이 이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최악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점에 의원들이 연금을 받을 도덕적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디사나야케 정부는 지난 9월 전직 대통령들에게 제공되던 특권도 폐지한 바 있다. 주택·수당·연금·교통수단에 대한 국가 지원과 전직 대통령 및 그 미망인을 위한 사무실과 직원도 없앴다. 현재 생존한 전직 대통령은 5명이며 미망인은 1명이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2022년 최악의 경제위기에 책임이 있다는 비난을 받은 정치인들에 대한 대중의 분노에 힘입어 당선됐다. 당시 위기로 식량·의약품·연료·전기가 심각하게 부족해졌고, 이에 따른 시위로 고타바야 라자팍사 당시 대통령이 사임했다.

스리랑카는 2022년 4월 총 830억 달러 이상의 부채로 파산을 선언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외국 채권자에 대한 것이었다.

스리랑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요청했고, IMF는 2023년 29억 달러 규모의 4년간 구제금융 패키지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스리랑카는 부채 재조정이 요구됐다.

스리랑카는 양자·다자 채권국 및 민간 채권자들과 합의에 도달해 부채 재조정 과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스리랑카는 170억 달러 규모의 채무 상환 유예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경제위기는 주로 경제 관리 실패와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 2019년 테러 공격으로 중요한 관광 산업이 황폐화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팬데믹은 해외에서 일하는 스리랑카인들의 송금 흐름도 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