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약물을 투여당해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50여 명의 남성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을 세상에 공개해 전 세계적 충격을 안긴 지젤 펠리코의 회고록이 22개 언어로 출간됐다.

AP통신에 따르면 펠리코의 회고록 '삶을 향한 찬가, 수치심은 편을 바꿔야 한다'가 지난 화요일 전 세계에 동시 출간됐다. 이 책은 그녀가 겪은 끔찍한 경험의 세부 내용을 담으면서도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희망과 지지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펠리코는 지난주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5와의 인터뷰에서 "내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그녀는 2024년 역사적인 재판 이후 처음으로 진행한 일련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존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줬다. 이 재판은 그녀를 성폭력 반대의 전 세계적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약물로 그녀를 기절시킨 뒤 다른 남성들이 그녀를 성폭행하도록 한 남편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펠리코는 "오늘날 나는 더 나아졌고, 이 책은 내가 자기 성찰을 하고 내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폐허 위에서 나 자신을 재건해야 했다. 오늘 나는 강하게 서 있는 여성"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자신의 책이 "삶에서 매우 복잡한 시기를 겪고 있는 모든 여성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격적인 사건과 함께 펠리코가 익명성을 포기하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로 한 결정은 프랑스와 그 너머에서 강간 문화에 대한 재고를 촉발했다. 그녀의 존엄성과 강인함은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성폭력 생존자이기도 한 체조 스타 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시몬 바일스는 BBC를 통해 방송된 메시지에서 펠리코에게 경의를 표했다.

바일스는 "지젤은 성폭력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느껴야 한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녀는 "익명성을 포기하고 수치심을 느끼기를 거부함으로써 지젤은 다른 피해자들이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2024년 12월 펠리코의 전 남편 도미니크 펠리코와 50명의 다른 남성들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그녀가 약물에 의해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도미니크 펠리코는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다른 피고인들은 3년에서 15년의 형을 받았다. 항소법원은 나중에 유죄 판결에 이의를 제기한 유일한 피고인의 형량을 10년으로 늘렸다.

지젤 펠리코와 거의 50년간 결혼 생활을 한 도미니크 펠리코는 수년간 그녀의 음식과 음료에 진정제를 섞어 그녀를 강간하고 다른 남성들을 초대해 같은 행위를 하도록 했다고 시인했다.

전례 없는 이번 재판은 온라인 포르노, 채팅방, 왜곡된 동의 개념이 어떻게 성폭력을 조장할 수 있는지를 드러냈다.

프랑스는 지난 10월 펠리코 사건을 계기로 강간 및 기타 성폭행을 합의하지 않은 모든 성행위로 정의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이웃 국가인 독일, 벨기에, 스페인을 포함해 유사한 동의 기반 법률을 가진 다른 유럽 국가들과 보조를 맞춘 것이다.

그 전까지 프랑스 법상 강간은 "폭력, 강압, 위협 또는 기습"을 사용한 삽입 또는 구강 성교로 정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