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4년째 이어진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새로운 협상을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하는 이번 회담은 러시아의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 번째 평화 협상이다. 하지만 앞서 두 차례 백악관이 중재한 회담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 빨리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광범위한 영토·정치적 요구를 타협할 의사가 없으며 전쟁 지속을 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일 소셜미디어에 "제네바 3자 회담을 앞두고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공격 지속 명령만 받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가 파트너의 외교적 노력을 어떻게 보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충분한 압박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명확한 안보 보장이 있어야만 현실적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크렘린궁은 이번 회담이 비공개로 진행되며 언론 취재는 불허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4일 제네바에 도착했다고 전했으며, 러시아 대표단 소식통은 5일 이른 아침 스위스에 도착했다고 확인했다.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도 양측의 전투는 계속됐다. 러시아는 150대 이상의 드론 공격을 격퇴했다고 주장했으며, 우크라이나 항구도시 오데사에서는 드론 공격으로 건물이 파손되고 최소 2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다.
이번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치명적인 분쟁으로 확대됐다. 수십만 명이 사망했고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집을 떠났으며, 동부와 남부 지역 대부분이 전쟁의 상처로 황폐화됐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5분의 1을 점령하고 있다. 여기에는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2022년 침공 이전 모스크바 지원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한 지역이 포함된다.
러시아는 평화협정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전략적 요충지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요구를 정치적·군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대신 러시아와 어떤 합의를 하기 전에 서방으로부터 확고한 안보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최근 상당한 전장 성과를 거뒀다. 전쟁연구소(ISW) 자료를 분석한 AFP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201㎢를 탈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ISW는 러시아군이 통신 장비인 스타링크에 접근하지 못해 통신에 차질을 빚은 것이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탈환 지역은 주로 자포리자 시 동쪽 약 80㎞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 지역은 러시아군이 지난 여름 이후 상당한 진전을 이뤘던 곳이다.
중부에 위치한 자포리자주에는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가 있으며 현재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다. 이 발전소 역시 협상의 또 다른 쟁점이다.
이번 제네바 회담을 위해 크렘린궁은 민족주의 강경파이자 전 문화부 장관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를 수석 협상가로 재임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변인은 AFP를 포함한 기자들에게 "이번에는 영토 및 기타 요구사항과 관련된 핵심 사안에 초점을 맞춰 더 광범위한 의제를 논의할 계획"이라며 인선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