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자국의 탄소 배출량을 말레이시아로 수출해 저장하는 동남아시아 최초의 탄소포집·저장(CC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일본은 수년 내 전력, 정유, 시멘트, 해운, 철강 등 고탄소 배출 산업에서 나오는 탄소를 말레이시아로 운송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의 탄소포집·저장 허브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탄소포집·저장은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운송한 뒤 땅속에 매장하는 3단계 과정이다.

말레이시아 전력의 약 81%가 화석연료로 생산되는 상황에서 환경운동가들은 탄소포집이 재생에너지 전환 같은 검증된 배출 감축 조치를 방해하는 값비싼 방해물이라고 주장한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 중 하나인 일본은 2030년까지 연간 2000만 톤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9개의 저장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이 중 3곳이 말레이시아에 위치한다. 이는 일본 연간 배출량의 약 2%에 해당한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탄소 저장 잠재력을 가진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소재 국제환경법센터의 탄소포집 전문가인 레이첼 케너리는 "이 계획은 기후변화의 부담을 일본이 아닌 말레이시아로 위험하게 전가한다"고 비판했다.

탄소포집 과정은 정유 시설이나 발전소 같은 오염원에서 직접 배출물을 포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다른 가스와 분리된 후 액화 과정을 거친다. 이후 특수 설계된 선박으로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해안의 고갈된 가스전 등 매장지로 운송된다.

액화 탄소가 땅속에 주입된 후에는 누출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엑슨모빌과 셸 같은 화석연료 대기업들은 이 전략을 국가와 산업이 청정에너지로 전환할 시간을 벌어주는 기후 해법으로 홍보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최초의 해상 탄소 저장 시설은 덴마크의 배출물을 북해 해저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2026년 중반까지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노르웨이의 시설은 지난해 국경 간 탄소 운송 실험을 시작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포집·활용·저장을 기후변화 억제 도구로 간주하고 있다. 다만 IEA의 최신 넷제로 시나리오는 2050년까지 배출 감축에 기여하는 비중이 5% 미만일 것으로 전망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탄소포집 산업을 촉진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경제부는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밝히지 않은 채 초기 단계인 이 분야가 30년 내 최대 2500억 달러를 경제에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부는 논평을 거부했다.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가스 기업인 페트로나스는 11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해상 탄소 저장 시설 건설을 주도하고 있다. 이 시설은 2020년대 말까지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페트로나스는 논평을 거부했다.

말레이시아에서 탄소포집 반대 운동을 벌인 에크람 무스타킴은 "태양광 에너지 보급이나 전력망 개발 같은 검증된 탈탄소화 조치에 투자하는 대신 실적이 미흡하고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막대한 자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화석연료는 세계 5대 탄소 배출국 중 하나인 일본 에너지의 대부분을 생성하고 있다. 일본은 순배출량 감축을 위해 9개의 탄소 저장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저장된 배출량 1톤당 미정의 금액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후 해당 배출량을 총 탄소 배출량에서 차감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일본 경제산업성과 일본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 관계자들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정부 문서에 따르면 다수의 일본 기업들이 말레이시아로 배출물을 수출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단체 '지구의 벗 일본'의 후카쿠사 아유미는 다른 국가로 배출물을 수출하는 발상을 "탄소 식민주의"라고 불렀다.

탄소포집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과 별개로 비평가들은 배출량을 줄이는 대신 관리한다는 발상 자체에도 반대하고 있다.

국제환경법센터의 케너리는 "일본은 탄소를 말레이시아로 수출해 배출물을 '정화'한다고 주장하면서 계속 오염을 배출하고 기후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말레이시아를 산업 오염의 탄소 투기장으로 만들고 기후 행동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소재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의 그랜트 하우버는 탄소포집에 대한 관심이 "거의 환상적으로 이론적인 수준"이라며 "실현되지 않을 감미로운 약속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