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구금 중 사망한 지 17일(현지시간)로 2년이 됐다.
추모객들은 모스크바 보리소프스키 공동묘지에 모여 꽃을 헌화했다.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와 장모 알라 아브로시모바도 무덤 앞에 섰다. 두터운 눈 속에서 꽃다발은 무덤 위로 솟아올랐다.
여러 유럽 국가 대사관 관계자들도 조의를 표했다. 눈에 띄게 많은 경찰이 이들을 지켜봤다. 이후 소규모 합창단이 모여 묘비 앞에서 추도곡을 불렀다.
류드밀라 나발나야는 군중을 향해 아들이 러시아 당국에 의해 살해됐다는 믿음을 재차 밝혔다. "우리는 우리 아들이 단순히 감옥에서 죽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그는 살해됐다"고 말했다.
크렘린은 나발니가 자연사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추모 행사는 유럽 5개국이 나발니가 크렘린에 의해 희귀 독극물로 살해됐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열렸다.
영국·프랑스·독일·스웨덴·네덜란드 외교부는 15일(현지시간) 나발니 시신에서 채취한 샘플을 유럽 연구소들이 분석한 결과 "에피바티딘의 존재가 결정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에피바티딘은 남미 독개구리 피부에서 분비되는 신경독소로 러시아에는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공동 성명은 "러시아는 이 독극물을 투여할 수단과 동기, 기회를 모두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1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크렘린을 나발니 사망과 연결했다. "2년 전 세계는 알렉세이 나발니의 죽음을 알게 됐다"며 "당시 나는 그의 죽음이 크렘린의 약점과 반대자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준다고 믿었다. 이제 이 죽음이 계획적이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썼다.
마크롱은 "진실은 항상 승리한다. 정의도 그렇게 되기를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모스크바는 나발니 사망에 대한 개입을 강력히 부인했다.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몸이 불편해졌다고 주장해왔다.
크렘린 대변인은 17일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그러한 비난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를 편향적이고 근거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사실 우리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나발니의 미망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첫날부터 남편이 독살됐다고 확신했지만 이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푸틴이 알렉세이를 화학무기로 살해했다"며 "푸틴은 살인자이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썼다.
나발니는 2020년에도 신경작용제로 독살 시도를 당한 바 있다. 그는 당시 크렘린 소행이라고 비난했지만 크렘린은 개입을 부인했다. 그의 가족과 측근들은 그를 독일로 이송해 치료받도록 했다. 5개월 후 그는 러시아로 돌아왔고 즉시 체포됐다.
나발니는 북극 형무소에서 2024년 2월 16일 4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는 당시 19년형을 복역 중이었으며 많은 이들은 이를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으로 믿었다.
그의 죽음은 러시아 야권을 지도자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 야권은 가장 가시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인물 없이 효과적이거나 단합된 전선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발니의 측근들과 러시아 야권의 핵심 인사들은 현재 망명지에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다수는 러시아에서 궐석재판으로 긴 형을 선고받아 귀국할 수 없다. 일부는 당국으로부터 "테러리스트이자 극단주의자"로 지정됐다.
그러나 러시아 야권은 통합 전선과 크렘린에 대한 명확한 행동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 대신 경쟁 그룹들이 서로를 비난하며 영향력을 다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의 주요 인권 기구인 유럽평의회 의회(PACE)는 지난 1월 말 러시아 민주 세력과의 대화 플랫폼을 신설했다. 이는 반전 러시아인들의 작은 승리로 환영받았지만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았다. 나발니의 반부패 단체 구성원들도 이 그룹에서 제외됐다.
유럽평의회 의회의 러시아 구성원들은 성명을 통해 "나발니의 죽음은 크렘린 정권이 자국민과 외국인에게 저지른 조직적 범죄 사슬의 필연적 고리"라고 밝혔다.
성명은 "알렉세이 나발니는 자유로운 러시아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며 "우리는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