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아사드 정권 붕괴 후 처음 열린 국제 도서전에 25만 명이 몰리며 표현의 자유 확대를 실감케 했다. 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서적 판매는 종교 소수파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2003년부터 시리아에서 책을 출판해온 압둘라자크 아흐마드 사료울은 바샤르 아사드 치하에서 보안기관의 엄격한 검열과 도서 금지 조치 때문에 매년 열리던 다마스쿠스 국제 도서전 참가를 꺼려왔다.
하지만 지난 8일 막을 내린 올해 도서전에서 그는 허가 신청 당일 별다른 질문 없이 참가 허가를 받아 놀랐다. 사료울은 올해 도서전에서 다양한 서적이 판매된 것이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출판업자 살라 소락지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시리아 수도에서 커르드어 서적을 선보였다. 아사드 시대 커르드족은 자신들의 언어 사용이 금지되는 등 차별에 시달렸다.
지난해 12월 아사드가 축출된 후 처음 열린 이번 도서전은 높은 관심을 끌었다. 시리아 국영 매체는 개막일인 2월 6일 하루에만 25만 명이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도서전은 도심에서 약 16㎞ 떨어진 전시장에서 열렸다.
도서전 책임자 아흐마드 나산은 약 35개국에서 500여 개 출판사가 참가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표현의 자유는 환영받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저자들의 금서가 판매되면서 종교 소수파의 우려도 커졌다.
수니파 무슬림이 다수인 시리아에서 종교 서적은 이전 도서전에서도 베스트셀러였다. 하지만 올해는 7세기 전 다마스쿠스에서 살았던 이슬람 학자 이븐 타이미야의 저서가 수십 년간의 금지 조치 이후 공개적으로 판매됐다. 이븐 타이미야의 가르침은 수니파 지하디 단체들이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서적의 유통은 시리아에서 경종을 울렸다. 지난 1년간 시리아에서는 친정부 수니파 무장세력의 종파 공격으로 수백 명의 알라위파와 드루즈파 신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알라위파 소수파 출신인 아사드는 공식적으로 세속주의 이념을 내세웠다. 아사드 왕조는 50년 통치 기간 무슬림형제단과 다른 이슬람 단체들을 잔혹하게 탄압했다.
올해 유일하게 금지된 것으로 알려진 책은 "Have You Heard the Talk of the Rafida?"다. 이 책에는 2006년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이라크 알카에다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의 음성 연설이 담겨 있다. 이라크가 시아파 무슬림에 대한 증오를 선동한다며 시리아 당국에 판매 금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복을 입은 수염을 기른 남성은 자신을 아부 오베이다라는 전투명으로 소개하며 이븐 타이미야의 유명 저서 "알아키다 알와시티야"를 샀다.
아부 오베이다는 AP통신에 "해방 전 이 책은 시리아에서 금지됐다"며 "이런 책을 가진 사람은 감옥에 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구할 수 있게 됐다"며 "과거에는 국가가 원하는 것만 읽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마스쿠스 도서전은 1985년 처음 열렸고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후 수년간 중단됐다.
이집트 알할라 출판사의 할라 비쉬비시 대표는 방문객 수에 놀랐다고 말했다. 다만 다마스쿠스 도서전이 산유국인 걸프 국가들의 도서전과는 아직 비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리아가 겪은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도서전은 훌륭하다"고 말했다. 도서전과 다마스쿠스 도심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방문객 증가에 도움이 됐다고 그는 전했다.
45년간 해외에 살았던 시리아 출판업자 아테프 나무스는 이제 서방 국가에서 수입한 책을 포함해 어떤 책이든 도서전에서 팔 수 있어 처음 참가했다고 말했다.
올해 도서전은 정부군과 쿠르드 전사들 간 격렬한 충돌이 있은 지 수 주 만에 열렸다. 휴전 합의가 이뤄졌고 다마스쿠스 정부는 쿠르드족이 새 정치 질서에서 동등한 시민임을 확신시키려 노력해왔다.
아흐마드 알샤라 과도정부 대통령은 지난달 쿠르드족에 수십 년간 볼 수 없었던 권리를 부여하는 법령을 발표했다. 아사드 왕조 때 시민권을 박탈당한 쿠르드족의 시민권 회복, 쿠르드어의 공식 언어 지정, 쿠르드족의 가장 중요한 명절인 봄 축제 네브로즈의 인정 등이 포함됐다.
쿠르드족 출판업자 소락지는 수년 만에 처음으로 쿠르드어 서적을 전시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60년 넘게 쿠르드 문화를 누리지 못했던 쿠르드족을 향한 긍정적인 조치에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역사, 문학, 철학 서적을 판매하는 소락지는 대부분의 구매자가 쿠르드족이지만 동포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아랍인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시리아인이지만 모든 차이를 야기한 것은 아사드 정권"이라고 말했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마야다 카얄리는 "전쟁과 불의, 억압에서 벗어난 젊은 세대에게 제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이라며 "그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제한하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지식"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