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이 인공지능(AI)과 로봇 산업에서도 '네이거란'(involution·내권화) 현상을 촉발하며 전기차 시장과 같은 파괴적 가격 경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국 경제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시에 옌메이 수석연구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과잉 경쟁이 AI와 로봇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에 연구원은 "수천 개의 중국 AI 기업이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우후죽순 생겨났다"며 "일부는 실체가 있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네이거란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중국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가격을 계속 낮추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바닥을 향한 경주이며 중국이 수출하는 모든 국가의 기업들에도 피해를 준다.
중국 중앙정부는 최근 지방정부에 조달 계약 시 최저가격을 설정하고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입찰하는 기업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시에 연구원은 전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지방정부가 네이거란과 디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지출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이 시장가격 이하, 심지어 원가 이하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이유는 정부 보조금 때문이다. 수익성 없는 기업들은 생명유지 장치처럼 현금이나 보조금을 받는 은행 대출로 연명하고 있다.
시에 연구원은 "기업을 청산하면 일자리 손실과 잠재적 세수 감소가 발생한다"며 "그러면 국내총생산(GDP)을 감액해야 하고 이는 지방 정치인들의 승진 전망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을 살려두려는 정치적 유인은 높지만 시장 신호가 기업을 도태시키도록 허용하려는 정치적 유인은 약하다"고 덧붙였다.
네이거란 현상은 이미 수년간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기업들을 압박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중국의 방대한 산업정책 네트워크가 초래하는 직접적 재정 비용과 더 큰 생산성 손실을 추산한 바 있다.
시에 연구원은 AI 이후 네이거란이 인공위성과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다른 전략 부문도 갑자기 강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국영 매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인공위성 분야에 과잉생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개발에 집중하려는 신흥 전략 산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논의한 역학 때문에 이제 기업들이 정부 지원금을 흡수하려고 이들 산업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내수 수요는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무역 흑자는 계속 커지고 있다. 소매 판매는 낮고 제품 공급 과잉은 만연하며 생산자물가지수는 3년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FT는 중국이 계속해서 더 많고 다양한 저가 제품을 해외로 수출한다면 유럽과 미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